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71년 만에 폐지되는 ‘친족상도례’

입력 2024-07-03 13:21 | 신문게재 2024-07-04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24042401001775100077261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직계혈족(직계존속과 직계비속)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권리행사방해죄는 그 형을 면제하도록 한 형법(2005년 3.31. 법률 제7427호 개정) 제328조 1항(친족간의 범행과 고소)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결정주문에 따라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2025년 12월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해야 한다. 개선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판대상 조항은 2026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친족상도례’는 친족 사이의 재산에 관련된 범죄에 대한 특례를 두어 형을 면제해 주는 제도이다. ‘법은 가족의 문턱을 넘지 않는다’는 법언에 맞춰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국가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1953년 제정 형법에 도입된 이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친족 범위가 광범위하고, 형 면제로 가해자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끓임 없이 제기되어 왔다. 호주제가 폐지된데다 현대 사회는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핵가족화되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있어, 친족 관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그 형태 또한 다양해지면서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을 살펴보면 청구인 김 씨는 지적장애 3급의 장애인으로 삼촌 등을 준 사기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청구인의 동거친족으로서 형 면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의 불기소처분이 이루어졌다. 또 청구인 김 씨는 계부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으나 청구인의 동거친족으로서 형면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의 불기소처분이 이루어지자 재정신청을 했다. 그 소송 계속 중 형법 제 328조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각 신청이 모두 기각되었다.

청구인 장씨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부친을 대리해 부친의 자녀들을 업무상횡령 혐의로 고소했으나, 직계혈족으로서 형 면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의 불기소처분이 이루어지자 재정신청을 했다. 더불어 형법 제328조, 제344조, 제361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지만 각 신청이 모두 기각되었다.

청구인 최 씨의 경우 동생과 그 배우자를 청구인의 어머니(망인)명의 예금 횡령 혐의로 고소했으나,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로서 형 면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이 되자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해 이 사건에 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로마법 전통에 따라 ‘친족상도례’의 규정을 두고 있는 대륙법계 국가들의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일률적으로 광범위한 친족의 재산범죄에 대해 필요적으로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 유무에 관계없이 형사소추할 수 없도록 한 경우는 많지 않다. 그 경우에도 대상 친족 및 재산범죄의 범위 등이 우리 형법이 규정한 것보다 훨씬 좁다.

법과 현실의 괴리 현상을 좁힐 수 있도록 국회는 하루빨리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한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대상 범위를 가족공동체의 최소 단위인 부모, 자녀 등으로 좁히거나 피해자의 처벌 의사를 존중하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 규정을 두는 등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기 바란다.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