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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위적인 전세 폐지, 지금 타당한 대안일까

입력 2024-06-26 14:03 | 신문게재 2024-06-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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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 대학가 등에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청년 등 절망적인 소식은 현재진행형이다. 폐해만 집합하고 보면 전세는 ‘없어져야 할’, ‘수명이 다한’ 제도처럼 치부돼야 마땅하다. 전세 존폐 여부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건 무리가 아니다. 전셋값이 고꾸라지면 고의든 비고의적이든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보증금을 후속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한 끊이지 않을 화근과도 같다.

왜 그렇겠나. 집주인의 주택가격 상승 기대와 세입자의 이해관계로 지탱되는 전세가 부작용이 부각되는 쪽으로 작용해서다. 전세사기 여파로 월세가 늘었지만 임차인 다수는 전세로 산다. 빌라보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건 위험의 강도 차이에서 비롯됐지 전세에 대한 전면 부정은 아니다. 전세를 없애면 골칫거리가 일거에 해결된다는 예단 또한 과도한 믿음이다. 제도 자체의 결함은 아니다.

전세 폐지론이 수면 위로 오른 실제적 이유는 전세사기, 역전세난 심화 때문이다. 전세제도가 위축되면 연세, 월세 등의 계약이 보편화되겠으나 무주택 서민의 부담이 증가할 우려는 커진다. 준비할 것이 그래서 만만찮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초기 비용이나 이자 부담을 줄이면서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제도를 만들면서 순차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그 전에는 중개인 책임을 강화하고 전세금 보호 보험을 강화하는 것이 대안으로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전세의 문제는 일관된 부동산 세제나 정책의 부재 탓이기도 하다.

성급함은 좀 자제해야 한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형태 등 선진형 주택금융 체계로 전환하자 해도 다소의 시간을 요한다. 뿌리 깊은 한계점은 묻어두고 인위적으로 없애면 시장 혼란만 부추긴다. 폐지론은 주로 전세사기에서 발원한 것이니 답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폐지를 전제로 통제하다가 매매의 지렛대와 주거 사다리 구실을 하는 전세 생태계가 일시에 흔들릴지 모른다. 제도 자체를 없애기 전에 무자본 갭투자를 막는 게 더 빠르다. 전세 보증금을 매매가 70% 이하 등으로 못박는 상한제, 보증금을 입주 시점까지 예치했다가 나중에 집주인에게 이체하는 에스크로 계좌(escrow account)와 같은 취약한 시스템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할 수도 있겠다.

거론되는 기업형 장기임대주택(20년 이상)과 민간임대주택은 타당성은 있으나 엄밀히 보면 몇 년 후에나 가능한 대책이다. 전세권 설정 의무화와 더불어 문제점을 보완해 시장에서 잘 기능을 하도록 해야 지금 현실에는 더 잘 맞는다. 제도 자체를 없애는 폐지론은 이를 대체할 강력한 새 제도를 만든 다음 외쳐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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