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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예산 쓸 곳에 잘 써야 저출생 추세 반전 이룬다

입력 2024-06-20 14:09 | 신문게재 2024-06-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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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개를 헤아리던 저출생 대책을 60개로 집중해 줄여도 나열식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윤석열 정부 집권 2년이 지나 작심하고 내놓은 저출생 대책에서도 피할 수 없는 반응이다. 출산율 0.7이 무너진 이 시점에서는 정책이 많아서가 아닌 실효성 있는 정책이 적은 탓을 해야 할 것 같다. 예산집행비율이 부적절하고 재정효율성이 저하된 데서도 저출생 대응법의 부실 근원을 찾아 보강해야 할 때다.

과대 계산된 면은 있으나 17년 동안 수백조 원의 예산을 들였다. 그러고도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고개 끄덕이는 젊은층은 보기 드물다. 저출생과 무관한 부처별, 지자체별 정책만 난무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아빠 절반을 육아휴직 보내고 육아휴직 급여를 월 최대 250만으로 올려서 초저출생 문제를 다 극복한다는 발상 자체가 오산이다. 사업주에게 월 120만 원의 육아휴직 대체 인력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도 했다. 이러한 예산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사회 분위기 정착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현금성 지원만 확대하는 방안으로 흐르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저출생 예산으로 쓴 47조 원(142개 과제) 중 절반은 저출생과 직접 관련 없는 과제에 투입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다. 학교 단열 성능 개선이나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예방사업이 저출생과 대체 무슨 상관인가. 높은 주택가격은 청년층의 결혼 포기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이 낳으면 아파트 특별공급 기회를 줄 뿐 아니라 민간임대주택시장도 확대해야 한다.

출산 최대 주체인 직장인 신혼부부 등을 위한 정책의 현실적 반영이 아직 부족하다. 현재 일·가정 양립 분야에 8.5%(2조 원)의 예산이 할당되는데, 그 비중을 높여야 한다. 정치권도 ‘모성보호 3법’ 등의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특수고용자나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 등에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 생업 현실과의 온도차를 줄이면서 예산을 써야 할 곳에 잘 써야 추세적으로 변화를 볼 수 있다.

국가 존망이 걸린 사안이라 해도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젊은층의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면 정책을 통한 저출생 모드 반전은 없다. 비상사태를 맞아 범국가적 총력 대응이라며 이것저것 남발하고 책임 안 지는 행태는 고쳐야 한다. 예산 효율성을 위해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경향성과 출산율 수직낙하의 근본 원인부터 잘 되짚어본 다음 집행해도 늦지 않다. 출산율이 높은 지자체에 보통교부세를 더 주는 방안의 경우, 자칫하면 지자체 간 제로섬 게임처럼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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