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장·경영학 박사 |
지난 5월은 2004년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른 가정의 달이었다. 달력에는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까지 법정기념일이 빼곡했다. 그러나 지속되는 고물가 탓에 예전처럼 기념일을 챙기기 위해 지갑을 열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7% 상승하여 지난달 2.9%에 이어 두 달 연속 2%대를 보였다. 다만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물가인 생활물가 상승률은 3.1%로 여전히 3%대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올해 들어 두 물가지수 간 격차가 계속 0.4~0.7%포인트(p)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다시 말해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가계 소비지출 부담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생활물가는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고, 지출 비중이 높은 빵, 라면, 과일 등 84개 식품과 그 외 전기요금, 휘발유 등 식품 외 품목 60개를 포함한 총 144개 품목만을 따로 선정해 산출한다. 구매 빈도가 높은 기본적인 생활필수품을 대상으로 하기에 해당 품목들의 가격 변동, 특히 가격의 상승세는 소비자에게 매우 민감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가격정보를 제공하고자 2009년부터 가격정보 종합 포털사이트 ‘참가격’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전국에 있는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백화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가공식품, 생활용품, 신선식품 등 생필품 158개 품목, 540개 상품의 판매가격을 격주로 조사하여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판매가격을 지역별, 유통업태별, 판매점 등 여러 조건에서 비교할 수 있고, 비슷한 상품들의 가격과 할인행사 정보 외에도 오름세, 내림세 등 가격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올해는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다소비 7개 품목으로 우유, 라면, 계란, 밀가루, 설탕, 식용유, 화장지를 지정하고 집중 모니터링을 하고 있기에 소비자에게는 한층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격 비교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물가안정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사업 중에 ‘한국의 소비자 시장평가 지표’ 조사가 있다. 이 지표는 소비자 입장에서 시장 기능의 건강한 작동 여부를 진단하는 도구라 할 수 있다. 소비자시장평가지표를 통해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문제가 있으면 심층적 후속 연구를 통해 개선 방안을 짚어낸다.
벌써 여섯 번째 차수를 맞고 있는데, 올해 조사에서는 빵, 과일, 결혼 서비스, 동물병원 등 40개 제품 및 서비스 시장에 대해 소비자 2만 명이 평가에 참여할 예정이다.
가격과 관련해서는 시장별로 구매 가격이 신뢰할 만 한가, 가격 수준이 적당한가, 지불한 가격이 공정한가 등에 대해 평가하고, 가격 인상의 원인과 해법을 진단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가격이 지나치게 높거나 왜곡된 시장에 대한 정책 대안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물가로 비상이다. 정부가 현재 범부처 민생물가 TF를 구성하고 활동에 들어간 만큼 소비자가 민생물가 안정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좋은 정책 방안들이 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장·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