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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땅, 대만 中] 빛 본 37년, 반도체 생산과 투자

입력 2024-06-19 06:01 | 신문게재 2024-06-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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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반도체 공장 내부.(사진=TSMC)

 

AI 시대 개화와 함께 반도체 지형도에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수요자 중심이었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공급자 중심으로 급변하는 등 전통적인 수급 밸런스가 깨졌다. 그 중심에 글로벌 반도체 공룡들의 단순 하청에서 출발한 섬나라 대만이 있다. 브릿지경제는 대만이 전자기기 하청의 땅에서 AI 시대 ‘갑(甲)’으로 자리 매김 한 이유와 수급 밸런스 변동 이후 가격 및 시장 진화 방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계 수혜 가능성, 향후 전망 등을 3회에 걸쳐 연재해 본다.<편집자 주>

글로벌 반도체 지도를 반으로 쪼갠다면 생산의 아시아와 설계의 서양으로 나눌 수 있다. 1980년대 이전에는 IDM(종합반도체기업)이 설계와 생산 모두를 맡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기술 발전과 생산 비용 증가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업 체계가 등장한 게 원인이다.

1987년에는 글로벌 첫 파운드리 TSMC가 등장했다. TSMC는 당시 전자산업을 강조하던 대만이 ‘산업의 쌀’ 반도체에 대한 시장 진출 필요성을 인식해, 정부 차원에서 직접 설립한 회사다. 국가 차원에서 지난 37년간 반도체 산업을 지원한 셈이다.

대만 정부의 투자는 2010년대부터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으며, AI 시대가 시작된 2020년대에 들어서는 전세계 반도체 지형도를 바꿨다. 고성능 반도체의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이를 양산할 수 있는 생산시설 대부분이 대만에 있기 때문이다.



◇37년 위탁 생산 외길, 기술·신뢰 두마리 토끼 잡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세계 파운드리 1위는 TSMC다. 이 회사는 1분기에 188억4700만달러(약 26조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0.5%p(포인트) 늘어난 61.7%로, 전세계 파운드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칩을 제조했다. 2위인 삼성전자(11%) 간 격차는 50.7%p에 달한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TSMC가 압도적인 1위인 셈이다.

TSMC가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한 가지 방침이 있다. 바로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다. 칩을 자체 개발하지 않고, 오직 위탁 생산만 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37년간 이 방침을 지켜오며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쌓았다. 파운드리를 운영하면서 △자체 개발 칩 △스마트폰 등 자사 소비자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삼성전자에서는 취할 수 없는 전략이다.

TSMC의 성공은 대만 반도체 에코시스템(기업간 협력해 공생하는 시스템) 구성으로 이어졌다. 팹리스가 파운드리에 칩을 맡기면, 파운드리는 협력사와 함께 전공정과 후공정은 물론 이후 칩 테스트까지 진행한다. TSMC, UMC 등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13개의 반도체 칩 제조사, 250개 반도체 설계 업체, 37개 후공정(OSAT) 업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만은 고성능 칩을 만들기 위한 제조시설을 완벽하게 세분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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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반도체 에코시스템.(사진=대만반도체산업협회)

 

고객으로부터 오랜 기간 높은 신용을 유지할 수 있던 다른 이유는 ‘기술력’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4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 수율은 80% 수준이다. 선단공정 파운드리 3사(TSMC, 삼성전자, 인텔) 중 가장 높다. 심지어 동급의 칩 중 가장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게 팹리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이 같은 미세 공정을 구현하기 위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했다. TSMC는 지난해 기준 약 100대의 EUV를 보유했다. 이는 삼성전자(약 40대)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EUV는 조정에만 몇 개월이 걸리는 세밀한 장비로, 기술력이 없다면 다루기조차 힘들다.

TSMC가 미세 공정에 주력하고 있다면 UMC는 22나노 이상의 보급형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다. 아날로그 반도체 1위 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이 고객사다. 지난 1월에는 인텔과 협력해 파운드리 분야 틈새시장 10나노대로 진입한 바 있다.

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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