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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탁족(濯足)

입력 2024-06-18 16:16 | 신문게재 2024-06-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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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선비들은 여름이 되면 강과 계곡에서 ‘탁족(濯足)’을 즐겼다. ‘탁족’이란 말은 글자 그대로 발을 씻는다는 뜻으로, 맑고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잊는 피서법이다. 조선 시대의 세시 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 유월조에는 “삼청동 남북 계곡에서 발 씻기 놀이를 한다”는 구절이 있을 정도로 양반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 널리 유행했던 여름 풍속 가운데 하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탁족은 조선시대의 선비들에게 단순한 피서법을 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다산 정약용도 자신의 저서 소서팔사(消暑八事)의 더위를 식히는 여덟 가지 방법 중에 달빛에 젖어 물가에서 하는 월야탁족(月夜濯足)을 예찬하기도 했다

조선의 선비들이 ‘탁족지유(濯足之遊)’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은 중국의 고전인 ‘초사’의 내용과 관련이 있다. 초사 어부편에는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을 것이요,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는 구절이 있는데 이는 ‘세상이 어지러울 수록 은둔해 발을 씻으면 세상을 관조한다’는 은일 사상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로 휴가를 떠나는 것도 좋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세상과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휴가를 잘 보내는 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이 사람들은 습관의 노예가 되어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심리학자들은 종종 간단한 행동으로 습관에서 벗어나면 새롭게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올 여름 휴가에는 굳이 유명 여행지나 휴가지를 찾지 않더라도, 조용한 곳에 혼자 머무르면서 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알게되고, 다시 시작할 힘을 얻을 수 있는 진짜 재충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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