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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선 자본, 후 자산이다

입력 2024-06-20 14:10 | 신문게재 2024-06-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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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고대 로마 사회는 확실한 계급사회였다. 나라를 움직이는 원로원의 지위는 자녀에게 세습되었고, 그 계급을 ‘파트리키(아버지)’라고 불렀다. 당시 중간층인 기사들은 국가를 위해 자비를 들여 전투에 나갔고, 그 대가로 상업이나 금융, 광산 등의 사업권을 얻어 가족의 안위와 부를 보상받았다. 당시 기사 계급을 라틴어로 ‘에쿼테트(equestris)’라고 했는데 오늘의 ‘주식 지분’이란 영어 equity와 상당히 닮았다.

이제는 산업혁명이 기정사실화되어 사업가나 모험가들이 인공지능(AI)과 로봇, 우주선 등을 동원하며 지구와 인간의 남은 존재력을 거의 다 털어간다. 진심과 창의력, 기억력, 숙련, 열정, 분발, 협동 같은 경제적 인문 자산을 무력화시킨다. 대학 인문학이 당하는 수모를 보라. 요즘 산유국의 희망이 논의되고 있지만, 미래의 새로운 에너지들은 그리 비싼 돈을 지불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과학계의 추론도 있다.

공산권, 이슬람은 각각의 이유로 그들 땅 인근에서 전쟁을 벌인다. 사회에서는 노동자와 농민, 자연인, 자영업, 관리자 등이 일거에 곧 로마시대 플레브스(평민)처럼 갑자기 추락하는 사회적 상실감을 감지한다. 우리 최상위 20%인 5분위 가구소득이 바로 아래 4분위 가구의 2배에 달한다는 통계는 충격적이다. 두 계층 사이에 경제사회적 연관성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3, 2분위는 아예 딴 나라 세상일 수 있다.

머지않아 4만 달러의 국민소득이 나의 소득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다가온다. 주가나 아파트 가격도 그런 수준으로 나아갈 터이다. 이런 시대 앞에서 함부로 아파트 가격이 갈수록 인구감소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은 신통한 도움말이 아니다. 아파트 가격 하락을 일본에 빗대기도 어렵다. 지금은 그런 시절을 잊은 지 오래다. 일본의 수 년째 우상향하는 주가를 보라. 거기도 산업혁명은 살아있는 상수다.

1920년대가 불현듯 생각난다. 1930년대에 대공황이 왔지만 이전의 10여 년간은 불길처럼 주가와 주택이 올랐다. 자동차, 전기, 석유, 철도, 철강, 기계, 화학 등의 산업기술 혁신이 발명가와 사업가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고, 노동자 시민들은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농민들의 수확도 트랙터와 기차가 한순간에 휩쓸어갔다. 그때도 수많은 직업들이 사라졌다. 헐리우드 영화로 간 마차와 마부, 가스등이 그렇다.

요즘 젊은 청년들이 너무 쉽게 주식, 주택, 가상자산 등의 투자에 뛰어드는 인상을 받는다. 가격과 수익의 그 내부는 아주 복잡하고 예민하고, 한마디로 너무 어려운데도 말이다. 누구든 생업으로 자본을 일궈야 하고, 자산은 인생 경험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청년들이 자산부터 일구어 오래오래 지키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나이가 들어 자산시장을 다루어 보면 안다. ‘선 자본, 후 자산’이다.

워렌 버핏이 60세를 넘길 때 투자의 지혜를 묻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시간이 결국은 해결해 준다.” 70에는 이런 말로 주변을 일깨웠다. “변하지 않는 것이 좋을 때도 많다.” 90을 넘긴 2023년 주총에서는 “나보다 현명한 사람이 없으면 돈은 벌린다”고 했다. 현명함이란 명제는 청년 시절에는 좀체 손이 닿지 않는 언덕이다. 청년들이 좀 더 실물에서 경제를 터득하길 권한다.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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