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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내가 원치 않는 것을 남에게 바라지 말라

입력 2024-06-17 13:42 | 신문게재 2024-06-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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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에티켓북(The Book of Etiquette)이라는 저서를 집필한 미국인 에밀리 포스트(Emily Post)여사는 매너와 에티켓에 관한 기준을 만들어 준 분이다.


미국에서는 에티켓이나 매너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그녀의 에티켓북을 참고하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에티켓과 매너 전문가로 불리는 에밀리 여사는 ‘매너란 상대의 감정에 대해 매우 세심하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식탁에서 어떤 포크를 언제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식탁에서 함께 식사하는 상대를 얼마나 편안하게 배려하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매너라는 것, 에티켓이라는 것은 근본적인 상대에 대한 배려가 그 시작이라는 의미라고 하겠다. 근본적으로 우리 인간관계의 여러 문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려고 하고, 상대를 미처 배려하지 못하는 데서 종종 발생하게 되곤 하니, 인간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가 멋진 매너와 에티켓의 시작임을 기억해야겠다.

공자의 가르침에도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는 내용이 있다. 내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라는 의미이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바라거나 시키지 말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원치 않는 일을 상대에게 바라기도 하고, 또 상대가 하지 않았음에 섭섭해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내가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안 된다는 잣대를 들이밀기도 한다. 사자성어처럼 자주 언급되는 내로남불의 경우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면, 상대에 대한 배려라든가 예의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맥상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각기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규범이 다르다. 당연히 각기 다른 자연과 문화 속의 사람들에게는 여러 다양한 인식의 차이도 있겠지만, 그 내면에 흐르는 상대에 대한 배려라는 내용은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세상 내에서는 어찌 보면 매우 비슷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겠다. 어쩌면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내가 가장 쉽게 편안해질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서로 배려하다 보면, 다툼이나 이견도 줄어들 것이고, 이러한 배려를 기본으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우리의 삶이 좀 더 여유롭고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서로를 배려하기 위한 지침으로 에밀리 여사는 에티켓북을 집필하고, 공자는 기소불욕 물시어인이라는 가르침을 주신 것일 거다.

물론 매너와 에티켓을 지키면서 살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상대에게 구하지 않으면서 생활하는 것은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높은 산의 정상에도 오를 수 있듯이, 배려하는 마음을 늘 가슴에 새기면서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말과 생각이 습관이 되고,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바래본다. 아흔의 노인 우공이 산을 옮기는 마음가짐으로, 작지만 배려하는 작은 행동들을 조금씩 실천하면서 살다 보면, 언젠가는 에티켓북도, 공자의 가르침도 더 이상 필요 없는 그런 여유롭고 따뜻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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