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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매각 '장기 표류 중'…채권단, 해운 호황 겹치며 '골머리'

입력 2024-06-17 06:24 | 신문게재 2024-06-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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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사진제공=HMM)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사진제공=HMM)

 

국내 최대 해운사 HMM(구 현대상선)의 매각이 표류 중이다. 지난 2월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던 하림그룹과의 협상 결렬 이후 채권단 체제 아래서 불확실성 고조에 따른 업황 급변 및 해운동맹 재편 등 난재에 휘말리며 매각 작업이 사실상 중단 상태다. 특히 최근 예기치 않은 글로벌 해운 호황이란 변수에 HMM의 기업가치마저 급등하면서 자칫 매각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 운임의 대표적인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4일 3379.22포인트를 기록하며 22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한 것으로, 지난해 9월의 886.85포인트와 비교하면 무려 281.04%나 폭등한 수치다.

운임 상승이란 순풍을 타고 HMM의 실적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HMM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액 2조3299억 원, 영업이익 407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 33%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4851억 원으로 63% 급증했다.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HMM의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상승한 5528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 동기(1602억 원) 대비 245% 급등한 수치다. 수에즈 운하 봉쇄 사태가 길어지면서 해운 호황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HMM 매각 작업을 서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SCFI가 폭등한 상황에서 영구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으로 인해 인수 참여 기업이 제한되는 불리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영향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앞서 하림그룹과의 협상 결렬 당시 6조 원 대로 추산됐던 HMM 매각가격이 이미 시가총액만 13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때문에 시가총액이 늘어날수록 부담금 규모가 커져 인수 불발 가능성도 배가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당분간 HMM 재매각 계획은 없다”면서 “향후 여건 조성 시 재매각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해운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HMM의 소극적인 대처 능력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TS라인과 완하이라인 등 세계적인 선사들이 불황에 대비해 컨테이너 발주·인도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반면, HMM은 올해 말 1만3000TEU급 12척 인도 외 주목할 발주 및 투자 사항이 없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기업은 재무적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외 해운 기업은 인력·장비·물류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조정하고 혁신해야 되지만 공기업 입장에서는 그런 것이 거의 힘들다”고 지적한 뒤 “(해운경기가 괜찮은) 지금이라도 빨리 매각 작업을 서둘러서 민간기업이 회사를 이끌어 가는 책임경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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