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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가정에서 임종하는 제도

<시니어 칼럼>

입력 2024-06-13 12:59 | 신문게재 2024-06-1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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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일 증명사진
정운일 명예기자

고령자들의 화두는 단연 아프지 않고 살다 고통 없이 자기가 살던 집에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기를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죽음이다.


고령자는 신문이나 방송, 카톡으로 부고가 오면 고인의 나이가 몇 세 인가를 먼저 본다고 한다. 자신과 비교해 보고 자신보다 적으면 무슨 병으로 죽었을까? 자신도 그러한 병이 들지 않을까? 걱정하며 좋다는 것을 골라 먹는다고 한다. 자신의 나이보다 많은 사람이 죽었으면 나도 그 나이까지 살 수 있을까?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 고령자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죽음의 정숙함이야말로 우리 미래에서 유일하고도 확실하며 모두에게 평등하다’고 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미래에 찾아오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생물은 태어나면 언젠가 종말을 맞이한다. 식물은 씨앗으로 동물은 새끼를 낳아 자기의 종족을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사람은 누구나 품위를 유지하며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어 한다.

옛날 어르신들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야 건강하다고 했지만, 당시에는 왜 그런 말을 할까 믿어지지 않았다. 나이 들고 보니 그 말이 정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기 때는 배설이 잘되어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이 일과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배설이 순탄하지 않다. 왜 그럴까? 먹은 만큼 땀으로, 에너지로 순환되어 배출되어야 하는데 몸 안에 독소로 남아 있으니 배설 기능이 저하된다. 그래서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야 한다.

나이 들면 여자는 변비로 남자는 전립선 비대로 저녁에 소변을 보느라 두세 번 일어나니 잠잘 시간이 없어 피곤을 달고 살아야 한다. 저녁때 되면 커피도 물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것은 저녁 시간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 든 사람들은 생활비 지출보다 병원비 지출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신체적인 노화가 원인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큰일이 난 것처럼 걱정이 태산이다. 걱정해도 해결될 일도 아니고 오히려 고통은 더해져 노화는 더 빨리 진행된다.

죽음은 미래에 다가오는 불청객이다. 한국인은 요양원이 아닌 가정에서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어 한다.

100세 시대, 대한민국에 지난해 11월 통계에 따르면 100세 이상 인구가 8,553명으로 나타났다. 식생활 습관의 변화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이젠 많은 사람이 100세 이상 살 것이며 기대하고 있다.

대만은 요양원에 가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알지만, 한국인은 요양원을 현대판 고려장으로 죽으러 가는 곳이라 생각해서 가장 싫어한다.

그래서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에 따르면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 10명 중 7명은 그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 한다.

정부는 고령자가 가기 싫어하는 현대판 고려장에 가지 않고도 살던 집에서 충분히 돌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자기가 살던 집에서 가족의 손을 잡고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편안하게 임종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운일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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