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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사만 믿는 환자 봐서라도 의협 휴진 철회해야

입력 2024-06-13 14:00 | 신문게재 2024-06-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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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 사태가 더 악성으로 치닫고 있다.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선언한 18일 전면 휴진과 총궐기 대회 개최를 앞두고 누구보다 환자와 그 가족들이 걱정이다. 동네 의원인 1차 의료기관부터 대학병원인 3차 의료기관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셧다운’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빅5 병원을 비롯해 고대의료원 등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집단 진료거부에 힘을 싣고 있어 큰 부담이다.

고소, 고발이 “의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에게 더 나쁜 결과를 부를까봐” 주저하던 환자단체들조차 의대 교수를 향한 법적 검토를 시사하고 있다. 정부는 면허정지 행정처분 중단 등 의대 증원 빼고는 사실상 양보 가능한 카드를 다 꺼냈다. 어찌 됐든 법과 원칙이란 기존 원칙을 후퇴시키며 해결하려 했다. 2월 20일부터 지속된 이 사태에 의사들이 결단해 출구를 찾을 차례다. 그 판단 기준은 의사만 믿는 환자여야 한다.

보건의료노조 여론조사 결과로는 국민 86%가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오라는 호소를 지지한다. 어느 병원에 걸린 대자보 ‘히포크라테스의 통곡’ 내용대로 “휴진으로 고통받는 이는 예약된 환자와 동료뿐”이다. 의사제국(醫師帝國)이란 표현이 왜 등장하는지 자숙해볼 일이다. 향후 인구 감소 시 정원 감축 약속, 전공의 근무조건 개선 등의 반대급부를 챙길 기회를 덩달아 놓치고 있다. 환자 권리를 배반하지 않으면서 의료계의 묵은 문제들이 뒤로 밀려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야 정당성을 얻는다.

2월 20일을 기점으로 시작된 의정 갈등으로 병동 통폐합, 무급 휴가, 업무 과부하에 내몰린 병원 노동자들 역시 집단행동 중단을 촉구하며 “환자들이 치료 적기를 놓쳐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의사는 공공적 책무를 포기해도 용인받는 계층이 아니다. 전면 휴진에 대응해 전국 개원의 대상의 진료명령 및 휴진신고명령은 꼭 지켜져야 한다. 군의관과 공보의 등 비상진료 체계는 한계에 달하며 정부가 쓸 대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런 식이면 필수의료 위기, 의료 전달체계의 왜곡, 지역의료의 제반 문제를 앞으로 의정이 함께 풀어 가기 어려울 수 있다. 파국을 막는 데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전체 현원의 90% 이상 전공의가 수련병원에서 뛰쳐나온 마당에 의협이 대정부 투쟁을 하며 의료대란을 키우는 건 온당하지 않다. 의정이 함께 바라봐야 할 대상은 정점을 향하는 환자들의 불안과 초조, 분노와 반발의 시선이다. 규모가 얼마가 되건 집단휴진 계획을 일단 철회해야 한다. 의료계가 ‘파트너십’으로 가야 할 또 다른 진정한 대상은 환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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