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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택배 쓰레기

입력 2024-06-11 14:11 | 신문게재 2024-06-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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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생활경제부장

출·퇴근 할 때 나름 몸 생각을 해서 아파트 계단을 걸어서 오른다. 계단을 오르다 보면 택배상자가 문 앞에 놓여있지 않은 집을 찾기 어렵다. 종이박스와 비닐백, 스티로폼으로 포장된 택배상자가 집집마다 한 두개씩 쌓여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이 택배를 이용하고 있는 걸까.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내 택배 물동량은 2012년 14억598만개에서 2022년 41억2300만개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환경부는 작년 물동량을 40억2329만개로 추산했는데 이를 주민등록 인구(5130만여명)로 나누면 국민 한 사람당 한 해 약 78개 택배를 주고받은 셈이 된다.

한 해 수십억개에 달하는 택배 때문에 발생하는 폐기물량도 엄청나다.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택배에 많이 쓰이는 골판지상자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은 2918곳, 골판지 포장 생산량은 66억1100만㎡이다. 골판지 포장 원재료인 골판지원지 국내 사용량은 533만2000여톤에 이른다. 택배에 쓰인 골판지 상자들이 그대로 버려진다고 하면 한해 수백만톤씩 폐기물이 발생하는 것이다.

골판지뿐만 아니라 택배포장에 사용되는 스티로폼, 비닐백 등을 더하면 어마어마한 물량의 쓰레기가 택배에서 나오는 셈이다.

이에 따른 환경문제도 심각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 상자로 택배를 보낼 때 1회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835.1g에 달한다.

택배 탓에 발생하는 쓰레기가 워낙 많으니 이를 감축하자는 데는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는 올해 4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택배 과대포장 규제 시행을 2년간 유예했다. 당초 4월 30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택배 과대포장 규제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수송하기 위한 일회용 포장’은 포장공간비율이 50% 이하이고횟수는 1차례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2018년부터 법제화가 추진돼 2022년 4월 30일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명시하기로 했지만, 계도기간을 부여해 2년간 단속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환경관련 단체는 정부의 일회용품 감축정책이 후퇴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애초에 당위성만 가지고 섣부르게 규제를 도입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례로 신선식품의 경우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보냉재가 필요한데 보냉재를 제품으로 볼 것이냐 포장재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같은 것이다. 포장재로 보면 포장공간 비율 50%이하를 맞추기 어렵고, 제품으로 간주하면 식품 배송 시 제품에 꼭 맞는 상자를 쓰는 대신 상자 빈 곳을 보냉재로 채워서 포장공간비율 규제에서 비껴갈 수 있다.

과대포장 규제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입법하는 사례이다 보니 정부와 입법 당국도 제도 시행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환경규제에 관해서는 선도적인 유럽연합(EU)도 2030년부터 제품과 택배 포장의 공간을 40%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의 도입을 이제 검토할 정도로 이번 택배 과대포장 규제는 한국이 앞서가고 있다.

이는 택배가 일상인 사회에서 택배 쓰레기를 제도 도입을 통해 줄이기 어려운 현실을 반증해준다. 택배 사용량을 줄이려는 시민들의 노력이 좀더 필요해 보인다. 마침 6월은 ‘환경의 날’이 있는 달이다. 이번 주말에는 온라인 쇼핑몰 대신 운동삼아 동네 시장이나 마트로 나가보자. 

 

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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