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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시장실패인가, 인류의 난제인가?

입력 2024-06-1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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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경영대학 이웅희 교수

과거 술자리에서 사회이슈를 논하다 보면 ‘결국 이 모든 것은 결국 자본주의의 모순 때문이다’라며 분개하는 사람들을 간혹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모순은 과연 무엇이고 어떤 종류가 있을까? 친절하게도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문제점들을 과거부터 몇가지로 구분해왔다.

이들은 소위 시장실패(Market Failure)라고 불려왔고, 대학교 1학년 수준의 경제학원론 책에도 잘 나와 있다. 첫째는 경제력 집중과 독점의 문제이고(부익부 빈익빈이란 구호와 함께!), 둘째는 환경오염과 같은 외부효과(Externality)의 문제, 셋째는 시장에서는 국방이나 교육 등 공공의 투자가 부족하다는 공공재의 문제, 넷째는 목초지나 어장 등의 공유자원이 무분별한 남획으로 피폐해진다는 공유자원의 문제, 다섯째는 중고차 등을 거래할 때 상대방 제품의 품질을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정보비대칭의 문제, 여섯째는 거래상대방 신뢰부족으로 인한 여러 거래의 어려움의 문제(거래비용의 문제)이다.

물론 한 두개 더 있을 수도 있지만 아마 대부분의 교과서에는 이 정도를 시장실패로 구분해 놓았다. 이렇게 유형화된 시장실패에만 정부가 개입해서 잘 관리하면 소위 ‘자본주의의 모순’은 이론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 칼럼에서는 위 시장실패의 논리가 사실은 편향된 시각이라는, 매우 중요하지만 다소 덜 알려진 주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단 다음의 질문부터 시작하겠다. 위 여섯 가지 시장실패가 과연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만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제점일까? 보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독점이 없고, 환경오염도 없으며, 남획도 없고, 정보비대칭도 없을까?”

첫째로, 독점과 경제력 집중의 예를 들어보자. 생각해보면,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정부가 모든 사업을 독점한다. 오히려 가장 독점이 심한 형태이다. 중국같이 자본주의 요소를 일부 허용한 나라의 경우도 기업이 국가와 연계되어 독점적 지위를 가진 경우가 자유진영보다 더 많다.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가진 국가에서 기업간 경쟁이 훨씬 더 왕성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개인간 소득불균등의 차이도 마찬가지이다. 소득불균등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보면, 중국의 경우 잘 발표를 잘 안하지만 2021년 당국이 언론에 밝힌 것은 0.47로 미국(0.375)보다 더 높다. 지수자체를 떠나 중국의 경제불평등 문제는 이미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지 오래다. 한국의 경우, 2022년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니계수가 0.324로 OECD평균(0.316) 정도로 보통정도의 불균등 수준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북한은 자료의 문제로 지니계수에 대한 공식발표는 없지만 일부 개인 연구자들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0.51~0.64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소득 불평등도가 가장 높은 국가들이 대략 0.5~0.6 정도의 지니계수를 보이므로, 북한의 소득 불균등은 세계 최하위권으로 추정할 수 있다. 북한의 경우 김정은 정권에 잘 보이는 그룹은 계속 잘살고 그럴 기회도 없는 다수의 일반대중은 가난이 고착화되어 빈익빈의 상태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독점/경제력 집중의 문제는 시장경제체제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불평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나라는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오히려 사회주의에 불평등이 고착화 되는 성향이 있다. 결국 ‘빈익빈 부익부’라는 자극적 선동문구는 사실 사회주의의 모순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두번째는 환경오염의 문제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만 환경문제가 발생하는가? 시장경제체제하에서 경제활동이 더 왕성하므로 비례적으로 볼 때 이 국가들의 환경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현재 전 세계 1위의 탄소배출국으로 2021년 기준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30.9%를 독차지하고 있다(한국은 1.7%). 2020년 국제환경성과지수 랭킹에서도 중국은 180개국 중 120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자본주의 색채가 많아 전형적인 사회주의 국가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할 지 모르겠다. 그럼 전형적인 사회주의 국가였던 과거 소련과 동구권 국가들은 어땠을까?

소련이 몰락한 후 밝혀진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1988년의 경우 1인당 GNP기준으로 봤을 때, 소련은 미국에 비해 1.5배의 오염물질을 더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세계적으로 저명한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에 따르면 1980년말 기준 GDP대비 소련과 동구권은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미세먼지는 13배가 높았고,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은 2배가 많았으며, 수질오염은 3배가 높았다.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펴낸 ‘세계보건통계’ 자료에도 북한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만명당 207.2명 수준으로 세계 3위였다. 이는 한국의 10배 이상이다. 수치를 떠나 단적으로 북한의 벌거숭이 산과 한국의 산을 비교해보자. 어느 쪽이 자연환경을 훨씬 더 잘 보존해 왔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환경오염의 문제는 사회주의·공산주의 국가에도 존재하고, 오히려 더 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보비대칭 및 시장거래 시의 신뢰문제를 생각해 보자.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정보비대칭이 없어서 중고차 살 때 사기의 위험이 전혀 없는가? 사회주의 국가에서 거래할 때에는 상대방을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리고 거래 시 상대방을 불신하는 정도는 아마도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국가의 국민들 못지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인간사이의 신뢰문제는 체제를 떠나 영원한 숙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 또한 시장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전체가 아직 풀지 못하고 있는 문제이다.

여기서의 주장은 시장경제체제의 국가가 사회주의 국가보다 위 6가지 문제점들이 모두 적다는 것이 아니다. 요지는 경제력 불평등 문제, 환경문제, 정보비대칭/신뢰 등의 문제는 인류역사와 같이 해왔고, 어떤 체제에서도 풀지 못한 것들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향후 인류가 머리를 짜내 풀어야 할 마지막 난제들인 것이다. 정말 잘못된 것은 이것들을 오직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만 발생하는 “시장에서의 문제점”이라고 규정한 프레임이다.

시카고의 천재 경제학자 뎀세츠(Demsetz)는 이를 ‘열반의 오류’(Nirvana Fallacy)라 불렀다. 그는 기존 경제학자들이 위 여섯가지 실패가 없는 이상적 세계를 상상한 후, 현실의 시장경제가 이와 차이가 날 때, 이를 ‘시장실패’라고 규정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일방적으로 가혹한 처사이다. 예를 들어 어떤 완벽한 인간형을 상정하고, 일반인이 거기에 못미치면 그것을 인생실패라고 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주 부당하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세상에는 인생 실패자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실패 이론은 아직도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의 머리속에 고착화되어 있고 여전히 대중에게 주요 이론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시장실패가 아니라 ‘시장경제교육의 실패’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양대 경영대학 이웅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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