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Health(건강) > 생활건강

[명의칼럼] 건망증과 다른 경도인지장애, 빠른 진단으로 치매 예방해야

입력 2024-06-11 07:00 | 신문게재 2024-06-11 14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KakaoTalk_20240609_164719305
박정훈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 센터장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약속이나 물건을 둔 장소를 갑자기 잊어버리고 기억해 내지 못한다면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흔히 치매 전 단계로 불리는데, 환자의 약 10~15%가 치매로 진행돼 치매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건망증으로 오인하기 쉬운데, 건망증은 깜빡 잊었던 특정 사실에 힌트를 주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기억을 해낸다는 점에서 다르다.

기억력이나 인지 능력, 계산 능력, 언어 능력이 떨어지지만 치매와는 다르게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주변에서 잘 알아채기 힘들다. 본인 스스로 기억력과 인지 기능의 이상 증상을 느끼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많다.

본인이 경도인지장애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시기에 치료를 하면 치매를 예방하고 진행을 최대한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반인에게 경도인지장애는 아직 낯설다. 대한치매학회가 2022년 실시한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8%가 경도인지장애라는 용어 자체를 처음 들어봤고 73%는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약 27만5000명에서 2023년 약 32만5000명으로 증가했고 2023년 기준 70대 이상이 전체 환자의 약 69%를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젊은 50~60대 환자도 적지 않다.

치매 진단을 받는 시점은 이미 뇌의 신경세포 기능이 현저히 나빠져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경도인지장애 증상이 있다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평소 기억력 저하와 함께 약속 자체를 잊거나 계산이 오래 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도구를 사용하는 일상생활 동작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일단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본인과 가족, 지인의 상담을 통해 인지 기능 저하 여부와 상태를 확인하고 기억력, 주의 집중력, 시공간 구성 능력, 언어능력, 판단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신경심리검사를 진행한다. 추가적으로 뇌 MRI나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을 이용한 뇌 영상 검사를 통해 경도인지장애의 치매 악화 가능성 여부를 확인한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으면 환자 중 15~20%는 1~2년 후 인지 기능이 호전되며 40~70% 환자는 10년 후에도 치매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채소, 과일, 견과류 등을 포함한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주 3일 이상 운동으로 신체와 뇌 기능을 증진시키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사회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뇌를 활성화시키고 과도한 스트레스는 인지 기능을 약화시키는 만큼, 스트레스를 줄이는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음주와 흡연은 뇌 기능 저하에 큰 원인이 되므로 절주와 금연은 필수다. 특히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중요한 만큼 당장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지 않았더라도 가족력이 있거나 고위험군에 속하면 1~2년 주기로 꾸준히 건강검진이나 관련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박정훈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 센터장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