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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글로벌 시장 판도를 거슬러 가는 ‘노조 리스크’

입력 2024-06-09 13:19 | 신문게재 2024-06-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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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강국 프랑스가 세계 4위에서 10위권 밖으로 추락한 분수령이 된 것은 비뚤어진 노사관계였다. 19세기에 설립된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피아트 본사의 미국 이전설이 한때 나돈 것도 노사 갈등이 빌미였다. 그런가 하면 노사가 손잡은 업체들이 잘 나가는 정면교사의 선례는 많다. 전동화 전환 등 지금 같은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 걸어야 할 선명한 길도 분명히 있다.

그 길에서 멀어지게 하는 나쁜 행태가 노조만의 이익 챙기기다. 실적 호조 등을 이유로 무리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안을 제시하는 것도 그 가운데 든다. 상여금 900% 인상과 같은 요구, 주 4.5일제나 정년연장 같은 깊은 단계의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는 사안까지도 거침이 없다. 현대차그룹 노조, 기아,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노조가 무분규 타결의 좋은 길을 밟아 가길 바란다.

세계 자동차 시장 판도가 심하게 출렁이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에 맞서 미국과 유럽은 관세 장벽을 높인다. 일본은 아세안과 손잡고 중국 견제에 나선다. 한국 자동차업계도 구도 변화에 맞게 시장 대응을 해야 한다. EV9의 미국 현지 생산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현지 조립, 현지 부품 장착 등 조건을 충족시킨다.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를 차버리지 않아야 한다. 단협 위반이라며 가로막는 기아 노조의 처사는 역주행이며 일종의 자해행위일 수 있다.

노조 강경 행보에 정치 세력화 움직임을 보이는 삼성전자로 눈을 돌려도 답답하긴 매일반이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 31주년이 되는 날, 일부 노조 조합원들이 첫 파업에 나섰다. 생산 차질은 없었다지만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조합원 대부분이 24시간 공장이 돌아가야 하는 반도체(DS) 사업 부문 소속이다. 반도체 패권을 둘러싸고 회사가 초비상인데 이른바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을 불러 집회를 여는 삼성 노조의 모습을 보는 시선은 편치 않다. 지난해 14조 8800억원 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에서 밀리는 등의 위기는 의식조차 하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이나 반도체나 글로벌 패권을 위한 투자 확대의 시급성 하나만 감안할 때도 임금·단체 교섭에는 자중이 필요하다. 고액의 복지관 건립 요구에서 보는 하늘 끝 복지 경쟁이 아닌 업무 성과와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바른 길을 보여줘야 한다. 노조 리스크가 생기지 않는 방법이다. ‘그들만의 복지’ 경쟁을 멈추고 바닥을 기는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길을 가야 한다. 노사가 대립해 위기를 극복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그 반대의 경우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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