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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이 띄운 산유국의 꿈···전문가들 "경제성이 관건"

입력 2024-06-04 12:46 | 신문게재 2024-06-0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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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자리에서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개된 유망구조 도출지역이 표기된 이미지다. (사진=연합뉴스)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일만 심해 석유·가스전 탐사 시추 계획 승인에 관련주가 급등했다. 이번 발표가 단순히 이벤트로 그칠지, 아니면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의 발언 직후 도시가스 업종(14.40%), 액화석유가스 업종(12.22%), 강관 업종(9.24%)은 일제히 올랐다. 특히 한국가스공사는 29.87% 오르며 52주최고가를 경신했고 거래량만 35만7000주에 달했다. 이날 오후 12시 42분 현재도 전 거래일 대비 5650원(14.60%) 오른 4만4350원을 기록 중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탐사 지역의 최대 매장 가능성은 140억 배럴로 삼성전자 시총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날 삼성전자 시총 약 451조원을 기준으로 보면 영일만 앞바다에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의 가치가 약 2255조원이 넘어선다는 뜻이다.

정부가 의뢰한 미국 액트지오사의 물리 탐사 결과, 현재 확인된 탐사 자원량(미발견 원시부존량)은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이다. 매장 예상 자원은 가스 75%, 석유 25%로 각각 3억2000만~12억9000만억톤, 7억8000~42억2000만 배럴 가량의 부존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된다.

한국은 동해에서 시추를 통한 자원생산 경험을 이미 갖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동해 심해 가스전 남쪽에 과거 한국을 산유국 반열에 올려놨던 동해 가스전(6-1 중·남부)이 있다. 1998년에 발견된 국내 유일의 상업 가스전으로 2004년 생산을 시작, 2021년까지 약 4800만 배럴의 천연가스를 생산해 2조7000억원의 수입 대체 효과를 냈다.

이번에 발표된 지역은 포항 인근 8광구와 6-1광구 일대로 지질 구조상 석유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신생대 퇴적층 지형이다. 게다가 경북 포항 영일만에서 38∼100㎞ 떨어진 해역에 걸쳐 있어 모두 한국의 독자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포함돼 인접국 일본과 외교적인 마찰이 일 가능성도 낮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기술 개발을 감안해 성공률을 20%로 제시했지만 통상 10% 내외 수준”이라며 “시추 비용은 1공당 1000억원에 달하고 천해(수심 0~200m)가 아닌 심해(1km 이상)기 때문에 비용 집행이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채굴 비용이 이익보다 크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발표된 추정 자원량은 엑트지오사에 의뢰한 결과로, 실제 회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양과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사업이 시작되더라도 채굴 원가가 경제성이 있을지 불확실해 시추 이전까지는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부존 가능성 평가에서 확인된 수치는 말 그대로 ‘추정치’이므로 실제 회수량은 더 적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현재 발표된 것은 추정치인 탐사 ‘자원량’이고 실제 ‘매장량’은 시추를 해 봐야 알 수 있다”며 “지층구조를 파악해서 석유와 가스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공간이 특정 규모만큼 있다는 것이지 실제로 시추했을 때 물이나 다른 가스로 차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지금 단계에서 확답이 어렵다”고 말했다.

노재영 기자 no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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