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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韓-佛 항공협상, 좌석수 단위제 '발목'...기종 교체카드 먹힐까

입력 2024-06-04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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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보잉747
대한항공이 파리 노선에서 철수를 검토 중인 보잉747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홈페이지)

 

프랑스 당국의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티웨이항공의 파리 노선 신규 취항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보잉 747-8기를 철수하는 대신 그 자리에 티웨이항공의 중형 항공기 투입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프랑스 당국은 대한항공이 파리 노선에서 운영 중인 368석 규모의 보잉 747-8을 철수하고, 이 좌석 만큼의 쿼터를 티웨이항공에 할당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기의 투입 및 철수는 해당 항공사가 직접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보잉 747-8 철수와 관련해서는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아직 항공사 3개가 파리에 취항하는 부분은 협의 중”이라고 관련 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프랑스가 좌석 수 단위제를 적용하고 있어, 양국 간 합의된 총 좌석 수를 넘어서지 않는 범위 내에서 티웨이항공의 신규 취항을 가능케 하기 위한 대안으로 해석된다. 좌석 수 단위제란 양국 간 합의된 특정 노선에 대해 운항할 수 있는 총 좌석 수를 지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만 항공사들이 운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당장 티웨이항공은 246석 규모의 A330-200 기종 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기인 보잉 747-8 대신 중형 기종이 투입되는 선에서 협상이 마무리 될 경우 티웨이항공의 파리 노선 운항은 가시화권에 들어선다. 이렇게 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적 항공사 3사가 프랑스 측이 설정한 좌석 수 한도 내에서 파리 노선 분점 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다만, 회당 줄어드는 좌석 수는 횟수로 커버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그동안 양국 간 항공 협상이 난항을 겪어 온 이유는 프랑스의 보수적인 항공 정책 때문이다. 프랑스는 자국 항공사 보호를 위해 파리 샤를 드 골 공항 등 주요 공항 슬롯에 대해 좌석 수 제한, 복수 지정 제한 등의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해 왔다. 이로 인해 외국 항공사들의 신규 취항이나 증편이 쉽지 않았다.

이를 놓고 업계 안팎에서는 양국 간 현행 항공협정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국적 항공사들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승객들의 편의를 개선하기 위한 절충안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방안이 합의에 이를 경우 프랑스 노선을 둘러싼 국적 항공사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아시아나항공 역시 최근 프랑스 노선에 중형 기종을 투입하며 수요 대응에 나선 바 있어, 3개 항공사 간 경쟁 구도 형성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금 한국과 프랑스는 항공 협정에 있어서 상호주의 원칙이 깨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모든 국가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국적기 3개를 넣어달라고 요구하는 게 프랑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에 너무 많은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엮여있는 만큼, 프랑스 입장에서도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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