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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배터리 특허, 산업기술보호법 처리가 먼저다

입력 2024-06-03 13:52 | 신문게재 2024-06-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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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기술 도용은 수익성 악화와 함께 배터리 업계가 겪는 이중고다. 핵심 기술을 보호하고 특허 침해를 구제할 법적·정책적 장치는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본회의 문턱을 못 넘고 버려졌다. 기술 유출 피해 규모가 커지는데 정말 필요한 법들은 건너뛰기를 하기 일쑤다.

이러는 사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지적재산권은 무차별적으로 침탈당한다. 특허관리 전문업체와의 계약 등 자구책 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배터리 관련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고 해서 특허 분쟁 지원에 바로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지식재산권을 중국 등 해외 경쟁사에 빼앗겨도 선전포고하는 듯한 기업 자체 대응이 전부여선 안 된다. 기존 산업기술보호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의 구조 면에서 특허는 너무 쉽게 사각지대에 놓인다. 산업기술보호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다.

그나마 희미하게 규정된 기존 산업기술보호법의 운용에도 문제가 있었다. 2021년 이 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1심 사건 중 무죄와 집행유예가 87.8%에 달하는 솜방망이 처벌이 이를 증명해준다. 특허 보호의 장벽이 이렇게 낮으니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그릇된 생각을 갖기도 한다. 유출 침해 행위에 대한 관리체계를 강화하려면 다른 기술유출 범죄처럼 처벌 양형 기준부터 높여야 할 것이다.

가열되는 배터리 시장에서 후발주자나 선두기업을 가리지 않고 특허 무임승차를 일삼는다. 해외 경쟁사의 표적이 되고 있는데 지원 조항이 모호하면 사실상 법의 부재나 마찬가지다. 유출되면 나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업무 제휴, 기술협력에 의한 유출, 사이버 해킹 등 각 경로의 침해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불법 유출로부터 핵심기술 보호를 위해서는 기업 자율성 침해 등을 좀 감수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럴 때도 물론 신중해야 한다.

폐지된 개정안에는 문제적 조항이 없지 않았다. 해외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히 의무적 사전 승인처럼 된 것이 대표적이다. 공동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디테일(세부사항)의 악마’는 조심할 일이다. 지난 국회 막바지에서 법제사법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변변한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이 없었던 점도 여기서 지적한다. 속수무책으로 특허 침해를 당하는 지금이야말로 국제적인 수준의 특허 보안이 절실할 때다. 전 세계가 기술 및 특허 보호 전쟁 중이고 파이는 줄며 경쟁은 커지고 있다. 과도한 규제가 안 되게 유의하면서 새 국회에서 산업기술보호법 등 법적 장치를 완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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