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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성공의 품위

입력 2024-06-03 13:53 | 신문게재 2024-06-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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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최근 국내 대기업 총수의 이혼소송이 이슈다. 재산분할금이 역대 최고금액으로 판결나며 다시금 이들 부부의 이혼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지난 연말 공식적인 자리에 동거 여성과 참석하며 아직 이혼소송 중임에도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 부부행세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트로트 가수로 인기 정상에 오른 가수 역시 뺑소니 사고를 내고도 발뺌하더니 검찰소환 전날까지 콘서트 행사를 진행해 대중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성공이라는 정점을 찍은 이들이 내면의 성숙이나 도덕적 품위라는 또 다른 측면에서는 종종 질타를 받으며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이슈 중심에 선 이들이 요구받는 것은 그들이 사회적 성취를 이뤄낸 만큼 성숙한 삶의 모습도 보여달라는 암묵적 기대다. 이를 충족시키지 못해 사회적 도덕적 비난을 받는 현상을 보면서 그들을 향한 비난의 시비를 떠나 저마다가 추구하는 성취와 성숙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인간의 품격’이라는 책을 통해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라고 밝혔다. 인간은 뛰어난 자질을 소유한 존재지만 동시에 심각한 결함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를 인식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려 노력해야 하는데 이같은 내적 투쟁이야말로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나아가 삶은 향락이 아닌 도덕 드라마이고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성스러움을 위해 사는 거라는 그의 얘기처럼 자기 삶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과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이며 결코 절로 동반되지 않는다. 오히려 부단한 노력으로 이뤄내야 할 또 하나의 인생 과제다.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고 그럴 자격이 있다. 하지만 행복한 삶과 가치 있는 삶은 다르다. 자신이 지닌 책임을 저버리고 개인의 행복에만 집중하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우리 본연의 결함을 전혀 극복하지 않은 채 그대로 드러내는 게으른 태도다. 해리 에머슨 포스딕 목사는 가치 있는 삶은 자신의 약점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내 성공을 위해 누군가를 이용하고 싶고 내 욕구 충족을 위해 타인을 외면하고 싶은 인간 본연의 약점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연애하다 헤어졌으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져 헤어졌으나 결혼상대로는 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져 이별이 후회되고 다시 만나고 싶단다. 그럴 수 있다. 문제는 여전히 자신의 욕구와 자기 미래만 바라보며 아쉬워할 뿐이라는 것이다. 만남과 이별에 대한 자기선택의 책임은 오간 데 없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도 없다. 그저 좋은 기회, 괜찮은 사람을 놓친 듯해 아깝다며 현재의 속상한 마음에만 머문다. 이같은 자기성찰과 고민의 부재로는 성장하기 어렵다,

누구나 잘 살고 싶어 한다. 성공하고 싶고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두 마음이 서로 양립하기란 쉽지 않다. 세상에 나아가 원하는 것을 이뤄내는 것도 훌륭하지만 좌절을 감내하고 부당한 대우에도 자제력과 위엄을 잃지 않는 단단한 내면을 키워내는 일도 위대하다. 

 

진정한 성공은 내면의 성숙을 담보하기에 그만큼 값지고 품위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두 본성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 속에서 살아가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세상을 정복한 위풍당당함이라도 내적인 겸양과 배움의 자세를 갖추며 조화를 이뤄야 아름답기 때문이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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