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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지배구조 흔들리나…주식 매각땐 '경영권 분쟁' 불씨

입력 2024-06-03 06:38 | 신문게재 2024-06-0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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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관장 간 이혼 소송의 판이 2심에서 완전히 뒤집어지면서 SK그룹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물론 최 회장 측이 즉각 상고를 예고했고, 대법원 판결까지는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등 변수 또한 많지만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위자료 포함 1조4000억원대의 재산 분할)된다면 당장 그룹 지배구조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특히 SK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하는 등 혁신에 나선 가운데 또다시 ‘오너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부분에서 우려가 크다.


2일 재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재산분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첫 번째 시나리오로는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안이 유력하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지주사이자 지배구조의 핵심인 SK(주) 지분 17.73%를 보유하고 있다. 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경영권을 지킬 수 있지만 최 회장이 SK(주) 주식을 담보로 이미 1조원 대의 대출을 받았다는 게 걸림돌이다.

추가 대출 한도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곧바로 대출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주식을 매각하면 ‘제2의 소버린 사태’란 트라우마를 떠 올릴 수 밖에 없는 형편에 몰린다. 재계는 이 경우를 최악으로 꼽는다. 2심 판결 직후 SK(주) 주가가 치솟은 것도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현금성 자산은 약 2000억원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경우 1조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면서 “최 회장이 지주사 주식을 매각하면 노 관장이 이 지분을 사들여 최 회장을 압도하는 수준의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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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이 보유한 SK(주) 지분은 낮아지고 노 관장의 지분은 늘어나게 되는 구조다. 최 회장이 ‘재산분할을 현금으로 하라’는 항소심 판결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1조원 이상의 현금을 마련하거나 SK(주) 보유주식의 80% 이상을 매각해야 한다. 만약 주식을 매각하면 최 회장의 SK(주) 지분은 현저히 낮아지지만 노 관장의 지분은 10%대로 크게 늘어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최 회장은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확정되면 재산분할금을 지급할 때까지 하루 1억9000만원이 넘는 고리를 떠안아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노 관장 측은 “정해진 바 없다”며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비상장사인 SK실트론 지분 29%를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최 회장은 SK디스커버리와 SK케미칼, SK텔레콤 등 SK그룹의 주요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분이 적어 전량 매각해도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50억원 안팎이다. 제값받기만 성공하면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해 1조원가량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반도체 소재 업체인 SK실트론은 업황 불황에도 2년 연속 매출 2조원을 돌파하는 등 우량 기업으로 꼽힌다.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4762억원, 417억원을 달성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대호 세한대 특임교수(미국 도미니안 주립 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는 “최 회장이 SK(주) 지분을 매각하는 최악의 선택은 하지 않겠지만, 대출이나 주식 매각 모두 SK그룹의 지배구조에는 큰 변화가 예상되는 지점”이라면서 “기업사냥꾼 등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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