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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플랫폼법 재추진 자체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

입력 2024-06-02 13:31 | 신문게재 2024-06-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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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면서 더 세진 야당의 입법 강공 드라이브가 ‘거야(巨野) 시즌 2’를 예고한다. 백지화되나 싶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제정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가 맞손을 잡을 태세다. 야당은 시장 규율 입법에 적극적인 본색 그대로고 여기에 강성인 의원들이 국회에 합류했다. 강도 높은 규제의 법제화에 대한 우려가 21대 때보다 더 고조됐다.

플랫폼법은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방지는 당연히 중시할 시장 질서다.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지정해 관리하면 플랫폼 독과점 규율에 효과적일 수 있다. 자사 우대나 끼워 팔기, 거래 상대방과 경쟁사업자 간 거래를 방해하는 멀티 호밍 제한, 최혜 대우 강제 등 반칙 행위의 금지는 자유로운 경쟁 환경에 도움이 된다. 금지 행위를 정해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에는 순기능이 분명히 있다.

공정한 경쟁은 강조되고 강화돼야 한다. 그런데 혁신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다른 얼굴도 감춘 게 문제다.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지정이나 모호한 규제가 토종 플랫폼만 잡거나 중소기업 성장까지 막게 된다. 무엇이 더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느냐는 신중히 따져볼 일이다. 기업 가치가 1000조원 가까운 글로벌 플랫폼의 국내 시장 잠식을 돕는 결과가 될 위험성이 상존한다.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는 데 불리하다. 해외 플랫폼이 물밀듯 쳐들어오는 현실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에 역차별 우려가 있다. 이건 결정적인 단점이다.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는 방안이 되면 안 된다. 독소 조항은 그렇다 치고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해 법 집행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구글, 애플, 메타 등과 알리, 테무, 쉬인 등 C(중국) 커머스의 국내 시장 잠식 위기를 타개할 해법이 아님은 물론이다. 기존 공정거래법으로 처분 가능하고 국내 산업 생태계에 유리하다면 자율 규제 모델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업계의 반발 지점을 잘 살핀다면 원점 재검토할 것은 플랫폼법 재추진이다.

미국, 유럽연합, 영국, 일본, 독일 등 해외에서 사전지정제를 포함해 플랫폼 관련 규제 입법에 속도를 내는 것은 맞다. 하지만 철저하게 자국 이익에 플랫폼 규제의 초점을 맞추려 드는 것도 사실이다. 유력한 자국 플랫폼이 없는 유럽은 글로벌 빅테크를 견제해 자국 플랫폼을 육성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플랫폼 독과점 제한이 국내 플랫폼 손발만 묶는 전혀 다른 얼굴을 띨지 모른다. 반칙행위 감시 강화가 주된 목적이라면 과도한 시장경제 개입이 아닌 다른 대안을 내놓는 편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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