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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국민연금 개혁의 태생적 한계 극복

입력 2024-06-03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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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신, 계명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최근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에 따른 국민연금 개혁 방안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추세와 함께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국민연금제도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의 태생적 한계


5년마다 진행되는 국민연금 재정추계 제5차 결과에서는 2040년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이 1755조 원으로 최대가 되며 이후부터는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 2055년에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는 전망을 발표했다. 이 같은 결과는 제4차 재정추계에서의 최대적립기금 시점이 1년, 기금소진 시점이 2년 앞당겨진 것이다.

사실 이전의 재정추계의 결과에서도 적립기금 소진 예상 시점은 실제와 괴리가 있었다. 이때마다 유례없는 저출생과 고령화가 전가의 보도로 이용된다.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국민연금 산식의 수익비가 1보다 크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소득계층에서 내는 보험료보다 받는 연금액이 많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제도가 도깨비방망이가 아니고서야 기금소진은 애초에 태생적 한계인 것이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차례 국민연금 개혁을 시도했다. 1998년 노령연금 급여 수준을 (40년 가입 기준) 70%에서 60%로 하향 조정하고 수급 연령을 60세에서 5년마다 1세씩 조정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했다. 2007년에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의 상향 조정은 실패하고,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인하하고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이후로는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국민연금 개혁의 논의만 풍성할 뿐 실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정치개입의 유인

1988년에 도입된 국민연금은 그 해 약 0.5조 원 정도의 기금 규모였으나 2023년 말 기준 약 1035조 8000억 원으로 불어나 있다. 이 같은 수치는 국민연금 도입 당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0.3%에서 약 48%로 증가한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해졌다. 국민연금제도 도입 초기,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가입대상으로 시작해서 2006년에는 1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되어 특수직역연금(군인, 공무원, 사학 등) 가입자를 제외하고는 이른바 전 국민 국민연금 시대가 되었다. 그러므로 국민연금에 대한 관심은 자동적으로 확대되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유권자이기 국민연금제도를 손보는 것은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더욱이 인구 고령화에 따라 중위 유권자(median voter)의 나이도 점점 늘어나 은퇴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즉 노후를 눈앞에 둔 유권자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등의 국민연금 개혁 방안은 정치적으로 수용될 수 없을 것이다. 2023년 국민연금 수급자 수는 662만 6552명이고 이 가운데 노령연금 수급자는 554만 3769명으로 전체 수급자의 약 84%를 차지하고 있다. 2차 베이비붐 세대(약 635만 명)의 은퇴도 앞으로 10년 안에 이루어지기 시작할 것이므로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의 개혁 방향

제5차 재정추계 결과에 따라 국회에 설치된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국민연금 개혁 방안에서는 현행 9%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자는 안을 두고 여야가 일견 합의하였으나 인상된 소득대체율과 구조개혁의 동시처리에 대한 이견으로 대립하고 있다. 또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만 조정해서는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구조개혁을 함께 해야 한다고 한다. 국민연금의 구조개혁 시 기초연금과의 연계, 구연금 청산과 신연금 도입과 동시 운영, 특수직역연금과의 조화와 형평성 등 다양한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국회의 의견을 존중한다지만 구체적인 정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 싶으랴. 님투(not in my term of office)가 합리적일까?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개혁은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기때문에 개혁에는 동의하지만 추진하는 주체 세력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무엇보다 국민연금 개혁 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정부가 현행과 같이 급여에서 원천 징수해서 강제적으로 운영하는 한 연금 지급은 명문화해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가입자의 신뢰를 얻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기금 운영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이 배제되고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투명성과 효율성, 그리고 책임성이 뒤따를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을 둘러싼 정치권을 비롯한 이익집단의 지대추구(rent-seeking) 활동은 결국 국민연금 가입자의 손실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김영신, 계명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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