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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극 I성향의 감독이 다수를 위한 작품을 만들 때 생기는 일!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 한재림 감독 "연기구멍 없다는 말이 제일 좋다"

입력 2024-05-3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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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 ‘더 킹’으로 한국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한재림 감독은 첫 OTT 진출에 대해 “그 어떤 간섭도 요청도 없는 평화로운 현장이었다”고 미소지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볼수록 ‘역시 한재림 감독’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충무로시절, 발칙한 데뷔작으로 회자되는 영화 ‘연애의 목적’을 기억한다면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의 기발함은 기대이상이다. 29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더 에이트 쇼’는 20∼26일 480만 시청 수(Views·시청 시간을 재생 시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해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다.

배우 천우희, 박정민,류준열 등이 출연한 ‘더 에이트 쇼’는 여덟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공간에 갇혀 시간이 지날수록 돈을 버는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웹툰 ‘머니게임’ ‘파이게임’을 원작으로 각자의 사정으로 쇼에 참여하게 된 8명의 인물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타인의 시선에 익숙하고 자기애로 뭉친 8층(천우희),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인 7층(박정민), 욕구에 충실한 6층(박해준)과 더불어 비겁한 평화주의자 5층(문정희), 사회적 줄타기에 능한 4층(이열음)이 쇼의 화자이자 평범하기 그지없는 3층(류준열) 위에 있다. 여기에 할 말 하는 성향의 2층(이주영)과 신체적인 능력도 시간당 금액도 가장 적은 1층(배성우)의 위치가 이상하리만치 익숙하다. 아마도 관객들에게 은연중에 사회 축소판이란 생각을 들게 만든 의도가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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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에이트 쇼’가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리즈물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에 올랐다.(사진제공=넷플릭스)

 

“보는 사람들이 다양한 층에 이입이 되길 원했어요. 실제로 공개되자 마자 특정층에 몰리는 게 아닌 정말 다양한 공감의 이야기가 나와서 얼마나 다행인지.(웃음) 적어도 나 만큼은 선과 악을 평가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만들었거든요. 비록 약자와 강자는 나뉘지만요.”

각 층의 캐스팅 기준은 감독으로서 가진 ‘궁금함과 확신’사이를 오갔다. 순수하고 아이 같은 재미를 추구하는 8층의 경우 ‘곡성’에서 본 천우희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 작품을 보고 정말 궁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짜 모르고 하는건가?’싶은 연기가 보였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은 5층의 문정희였다. 시나리오 쓸 때부터 염두해 뒀을만큼 대체 배우가 없었다. 4층은 ‘비상선언’으로 만난 이열음의 진지한 푼수끼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이주영과 박해준은 ‘독전’부터 이미 팬이었고, 배성우는 ‘한국의 찰리 채플린’이 연상되는 극중 캐릭터를 유일하게 소화할 배우라 평가했다.

“감독으로서 가장 듣기 좋은 말이 뭔지 아세요? 바로 ‘연기구멍이 없다’는 거죠. 운 좋게 데뷔작부터 여태까지 모두 기적같은 배우들과 함께했어요. 이번에도 그 복이 터졌고요. 시네마가 사라져 가는 시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더 에이트 쇼’를 통해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의 또다른 일등공신은 연출과 시나리오 배우들 말고도 의상이 일등공신이다. 제작단계부터 무지개로 할지 아니면 각자의 이미지를 내세운 옷을 내세울지 의견이 분분했는데 핏을 타이트하게 하고 가짜 옷이 그려진 의상을 제안한 프로듀서 덕분에 의상팀도 속력을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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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공개된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이야기다. 그는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이야기가 되더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그는 재미의 끝에 결국 불쾌함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더 에이트 쇼’를 만들었다. 그는 “도파민 중독의 시대에 나는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할까에 대한 생각이 늘 머릿속에 있었다. 굳이 다 보여주지 않아도 시청자들은 다 알거란 믿음에 도달했다”면서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쇼를 기획한 존재를 밝히지 않은건 관찰자로 남겨두지 않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보는 이로 하여금 주최 측이 돼 쾌감은 물론 죄책감까지 오롯이 품게 만들고 싶었다고.

“제 취향이 워낙 조소나 조롱이 담긴 블랙코미디를 좋아합니다. 섣불리 단정짓지 않으려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유일한 취미는 사진 찍는 건데 낯선 곳에서 가서 혼자 생각하며 지내다 옵니다. 극단적인 I성향이라 사람들과 있으면 에너지를 뺏겨요.그런데 어떻게 영화를 찍냐고요? 이러나 저러나 카메라와 함께 있을 운명인가 봐요.”

‘더 에이트 쇼’의 공개 이후 글로벌적인 화제성이 이어지는 바. 만약 할리우드 연출 제안이 오면 누구랑 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기회가 된다면 젠 다이아랑 하고 싶다. 얼마 전 ‘챌린저스’라는 영화를 봤는데 너무 매력적이더라. 그런데 먼저 그런 상상은 한 적 없다”며 겸손해하는 모습이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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