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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복현은 '샤워실의 바보'가 아니다

입력 2024-05-28 09:28 | 신문게재 2024-05-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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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 금융증권부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나름 결자해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명쾌하지 않다. 앞뒤 계산이 치밀할 것 같은 검사출신인 그가 스스로를 옭아매지는 않았을 텐데 ‘공매도 6월 재개설’을 왜 꺼냈을까. 서울도 아닌 뉴욕에서.

‘개인적 생각’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대통령실이 바로 나서서 이 금감원장의 발언을 반박하는 걸 보면 현 정권이 이 사단을 가볍게 보지는 않은 것 같다. 주식 공매도 금지와 재개는 금융위원회가 발표하는 게 지휘계통상 맞는 데 금감원장이 불쑥 던지고 파장이 일자 대통령실측이 급히 무마에 나서니 다소 묘할 수 밖에 없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투자설명회 과정에서 던진 ‘6월중 공매도 일부 재개’ 발언이 파장이 일자 “전산시스템 구축등을 감안하면 내년 1분기 정도에 가능할 것”이라고 열흘여 지나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물러섰다.

앞서 이 금감원장은 “개인적인 욕심이나 계획은 6월중 공매도 일부 재개를 하는 것”이라며 “6월 재개와 관련해 기술적·제도적 미비점이 있더라도 이해관계자 의견을 들어 어떤 타임 프레임으로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바로 들썩였다. 시장에서는 공매도 재개 우선종목에 대한 관측을 쏟아냈고 일반투자자들은 외국인 등과의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앞세워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를 키웠다.

일단 이 금감원장의 발언은 ‘개인적 생각’으로 마무리됐다. 대통령실은 22일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는 공매도를 재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 금감원장도 이후 “어쨌든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전산시스템 마련 이후 공매도 관련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것이고 그건 변함이 없다”고 원칙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런 기승전결이라면 대충 얼버무려 넘어가도 될 듯 싶지만 ‘기자의’ 개인적 생각은 다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얼마 전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공매도 재개에 대한 이견이 노출되는 것에 대해 “특별히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면서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 3개 기관이 자기 역할을 해나가면서 최종 정책이 결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3개 기관의 역할이 각각 있다는 것이다. 뉴욕 그 투자설명회에 정 이사장도 동행했다. 이 대목에서 이 금감원장의 ‘개인적 생각’은 자칫하면 ‘개인적 일탈’로 지적받을 수 있다.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 정책결정의 직제상 책임기관은 금융위이고,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실무 책임자는 거래소이다. 물론 3자 협의아래 ‘용산’의 재가를 받아야 하지만.

그런데 이 금감원장은 왜 뉴욕에서 ‘뜬금포’를 날렸을까. 그는 당시 공매도 외에 상법개정 논의, 횡재세 쟁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리스크 등에 대해 ‘개인적 생각’이라며 일부 이슈는 국회 영역이고 금융위의 소관임에도 나름 소신있게 입을 열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사건에 대해서도 ‘윤석열 사단’의 막내인 그는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매도 재개 조기화 시간표를 내부적으로 짜놓고 시장 여론을 가늠해보려고 슬쩍 흘린 게 아니냐고 보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감안할 때 1400만 일반 투자자가 반대하는 공매도 재개를 금감원이 대통령실과 사전 논의도 없이 불쑥 던졌다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금감원이 금융위는 건너 뛰어도 대통령실을 ‘패싱’하지는 못하지 않겠는가. 이복현 금감원장이 또 한명의 ‘샤워실의 바보’는 아닐 것이라는 전제에서다.

명재곤 금융증권부장 daysunmoon41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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