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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오만의 덫’, 삼성은 자유로운가

입력 2024-05-29 06:46 | 신문게재 2024-05-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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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몰락의 가장 큰 부분은 경영자나 소속원들의 과도한 자만과 오만에 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강대국의 몰락은 대부분 내부에서 기인했다. 기업이나 조직 역시 다르지 않다. 집단이 성공할수록 긴장감 유지는 숙명이지만, 쉽지 않다.

미국 마케팅 분야 석학이자 실패학자 잭디시 세스(Jagdish Sheth) 에머리대 교수는 “성공한 조직이나 기업이 쇠퇴하는 이유는 내부에 있다”며 3대 ‘환경요소’와 7대 ‘자기 파괴적 습관’을 지목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배드해빗(Bad Habit’)을 통해 분열과 몰락의 길을 걷는 집단의 특성으로 ▲과거 성공 경험 만취 ▲주변·시장 몰이해 ▲긴장감 이완을 들었다. 그러면서 자기 파괴적 습관으로는 ▲현실 부정 ▲오만 ▲타성 ▲지나친 핵심 역량 의존 ▲근시안적 경쟁관 ▲규모 집착 ▲집단 내 사일로(silo·자기 파트 이익만 추구하는 현상을 일컫는 경영학 용어) 의식을 설파했다. ‘과도한 자신감’을 경계한 것이다.

집단은 리더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소우주다. 또, 오만은 리더에서 세포(조직원)로 전이는 습성이 있다. 유사 사례는 셀 수도 없이 많다. 자동차산업의 역사를 보자. 1920년대 57%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가졌던 공룡 GM. “GM에 좋은 것이 미국에 좋다”던 기업 아닌가. 그런 GM도 결국 ‘승자의 오만’에 빠져 2009년 6월 고꾸라졌다. 2008년, GM과 포드를 꺽고 세계 1위에 오른 도요타. 한 때 추앙받던 린 생산 방식(lean production)도 특유의 폐쇄성과 자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 외에도 ‘현실 부정’의 오만에 빠져 자멸한 1990년대 SUV 신화 미쓰비시자동차나 코닥(1970년대 영업이익률 70%, 필름 팔아먹을 욕심에 디지털 카메라 포기), 슈윈(Schwinn·자만에 빠져 레저 및 산악자전거 진화 실패), 모토롤라, 노키아, 엔론, 왕컴퓨터 등도 같은 결이다.

오만이 풍요에서 왔다면, 풍요의 덫은 숙명일 수 있다. 19세기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칼라일은 “역경을 이기는 자가 100명이라면 풍요를 이기는 자는 한 명도 안 된다”고 정의했다. 성공할수록 오만의 안경을 벗고 시대 흐름을 추종해야 한다. 특히 환경변화를 빠르게 직시하고 끊임없이 진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진리다.

마뜩치 않지만, 요즘 한국의 간판기업 삼성전자가 흔들린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 제때 인공지능(AI) 급물살(HBM·고대역폭 메모리)을 타지 못해 ‘초격차’가 방향성을 잃었다고도 한다. 그래서였을까. 얼마 전, 수장 교체란 깜짝 인사를 했지만,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지는 못한 듯 하다. 시장은 삼성전자가 풍요의 덫에 빠진 기업으로 기록될지, 아니면 위기수습의 모범 사례가 될지 주시하고 있다.         

 

- 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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