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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김호중과 포토라인 전쟁

입력 2024-05-27 14:04 | 신문게재 2024-05-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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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포토라인 전쟁. 세계적인 배우 이선균의 비극 이후 이를 둘러싼 잡음은 가라앉을 줄 알았다. 그러나 최근 연예계와 사회면을 떠들썩하게 만든 가수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혐의 사건에서도 포토라인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김호중은 “마지막 스위치, 경찰의 먹잇감” 운운하며 서울 강남경찰 조사를 마친 후 포토라인에 서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다. 6시간 이상 귀가를 거부하며 버틴 김호중은 출두 당시 취재진으로 가득찬 경찰서 정문 현관이 아닌 지하 주차장으로 출입했다. 지하층으로 접근하려는 일부 취재진을 경찰은 제지헸지만 김호중의 귀가 때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경찰이 김호중 측에 비공개 귀가를 약속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김호중의 장시간 버티기에도 경찰은 “정문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김호중은 버티기를 포기하고 정문으로 귀가하면서 포토라인에 잠시나마 서서 플래시 세례를 견딜 수밖에 없었다. 큰 틀에서 볼 때 이선균 사건 때와 그다지 달라진 상황은 없었던 셈이다.

검찰총장 직무대행 출신으로 김호중의 법률대리인인 조남관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 차원에서 비공개 출석 특혜 시비가 일기도 했다. 하지만 조 변호사는 “경찰 공보규칙상 비공개 출석·귀가가 규정돼 있는 만큼 결코 특혜가 아닌 피의자의 권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 경찰관이 취재진 등에게 피의자의 귀가 관련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경찰 공보규칙 제15조의 내용을 근거로 국가인권위원회 제소까지 언급했다. 물론 그 이후에도 김호중은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포토라인에 섰고 심지어 구속영장까지 발부됐기 때문에 더 이상 인권위 제소를 논의할 타이밍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연예인의 형사사건이나 추문이 터져나올 때마다 포토라인 전쟁을 치를 것인가?

그 누구도 김호중의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 은폐를 두둔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제2의 이선균과 같은 비극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유명인 이전에 피의자로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인권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유명인이기에 필요 이상으로 겪어야 하는 인간적 모멸감, 명예 실추를 막아야 한다. 음주운전, 마약 등 사회적으로 위해가 심중한 범죄에 대한 국민적 관심, 공권력 발동과는 별개의 문제로 냉정하게 접근해야할 사안이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피의자의 공개 귀가 거부를 방치했고 장시간 기다린 취재진들은 단단히 뿔이 났을 것이다. 김호중 관련 기사가 좋게 나올 리 없었다. 불필요한 갈등만 유발됐다. 이선균 사건 때도 우왕좌왕했지만 포토라인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갈팡질팡이다. 피의자의 인권이나 취재진의 업무상 권한이 깔끔하게 정리됐다면 많은 이해관계인들에게 당황과 혼란을 안겨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에 경찰의 공보준칙이 존재하는 것이며 언론과의 협의를 통한 그에 대한 일관된 처리가 뒤따라야 한다.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이선균 방지법이 먹잇감 찾기에 물두하는 언론과 대중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범죄혐의자는 비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언론도 대중도 연예인 혐의자를 유명세 이상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고 가는 것은 아닐까? 포토라인은 모든 인권의 스타트라인이 돼야 한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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