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기자수첩

[기자수첩] 정유사 횡재세, 누구를 위한 카드인가

입력 2024-05-28 06:53 | 신문게재 2024-05-28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도수화 산업IT부 기자
도수화 산업IT부 기자
“횡재세 논의요? 정유업계 실적이 나빠지면 또다시 쏙 들어갈걸요.” 국내 한 정유사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몇 년간 정유사들은 실적이 좋아도 마음 편히 웃을 수 없었다. 호실적을 낼 때마다 정치권에서 정유사를 대상으로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부과하자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국내 정유업계가 사상 최대의 이익을 거둘 때도, 작년 3분기와 올해 1분기 일시적인 시황 개선이 나타났을 때도 어김없이 횡재세를 걷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면 정유사들의 실적이 하락하면 잠잠해지기 일쑤다.

매번 횡재세 논의의 불씨를 살리는 야당은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정유사를 희생양으로 삼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민생 회복은 기업들의 돈을 빼앗아 주는 25만원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정유사들은 정말 고유가·고금리 상황 속에서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을까.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16년간 국내 정유사의 정유사업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은 1.8%에 불과한 수준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석유제품을 만들다 보니 원유를 채굴하는 해외 석유 메이저기업들과도 비교하기는 어렵다. ‘초과이익’이라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국제유가 상승이 무조건 정유사의 수익성으로 직결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고유가 기조가 석유 수요를 감소하게 만들면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하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1분기 배럴당 평균 12.5달러였던 정제마진은 2분기 들어 손익분기점(배럴당 4~5달러)에 근접한 수준까지 하락하고 있다. 당장 정유사들의 2분기 실적에 다시 먹구름이 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은 진정한 민생 회복 방안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도수화 산업IT부 기자 dosh@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