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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법, ‘노가다꾼’ 편견 먼저 없애야

입력 2024-05-19 13:24 | 신문게재 2024-05-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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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정치경제부 기자
우리는 종종 특정한 방면의 일에 능숙한 사람을 일컬어 ‘꾼’이라고 칭한다. 다만, 사전적 의미를 보면 낮잡아 이르는 표현에 가깝다.

20대 초 말년 병장 시절 제대 후 유학비를 벌기 위해 천안의 한 건설 현장을 찾았다. 당시 ‘최전방 군대 물’이 덜 빠졌던 터라 단기간에 현장 ‘오야지’들한테 인정받을 수 있었고 “노가다꾼 해도 손색없겠다”는 칭찬을 들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기자를 하는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노가다꾼’이라는 표현이 왠지 떨떠름하게 들린다. 한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켜놓은 산업일꾼들이 되레 자신들의 가치를 폄훼하고 있는 것 같아서다.

이들의 자조 섞인 농담 속에는 한국의 모순적인 ‘직장’ 개념이 고스란히 담겼다. 일상에서 흔히 발견되는데 깍새, 백정, 딴따라 등의 표현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한국에서는 넥타이에 번듯한 정장과 구두를 차려입어야만 ‘직장’으로 인정해주는 풍토가 아직 남아있다.

대한제국 시절이던 지난 1894년 갑오개혁 이후 신분제는 폐지됐지만, 지금도 또 다른 형태의 신분제로 살아 숨 쉬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연신 외쳐왔다. 다만, 효과는 크지 않은 것 같다.

대표적으로 직업계고 졸업자 7만1591명 중 취업자가 1만9526명(27.3%)에 그친 것이 예다. 반면, 진학자는 3만3621명(47%)으로 취업자보다 약 1.72배 많았다.

직업계고에서조차 ‘기술인력’ 천시 현상이 만연한 실정이니 우리사회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는 하세월이다.

호주 시드니 한복판에서는 안전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이 스스럼없이 트램을 타고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그 누구도 눈치 주는 사람이 없다. 한국에서 법보다 편견 해소가 우선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정다운 정치경제부 기자 danjung63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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