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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발견과 수집 그리고 가볍지만은 않은 대상들! 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

[문화공작소] 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

입력 2024-05-13 18:00 | 신문게재 2024-05-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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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나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디자이너로서 작업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물리적인 오브제들이 쌓여 가요. 그것들이 어느 벽화로 작업이 될 경우에는 전시가 끝난 후 사라지는 순간을 맞죠. 그때의 기분이 아이러니하게도 굉장히 시원스럽고 즐거웠습니다. 그 벽화를 어느 정도 스냅샷처럼 남겨보자는 생각에 특정한 크기의 캔버스에 옮겨보는 작업을 했습니다. 제가 기억하고 싶은 어떤 순간을 크롭해 캔버스로 옮기는 작업이죠.” 

 

그렇게 성신여대 입구 지하철 설치작과 독일 베를린에서 운영 중인 프로젝트 스페이스 룸(ROOM) 작업들이, 작은 문구점의 먼지 쌓인 구석 등 전세계 곳곳에서 발견해 수집했던 스티커, 포장지, 포스트잇, 봉투 등 일상용품들이 캔버스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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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Eazy Heav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에르메스(Eermes), 코스(COS) 등과 작업해온 그래픽 디자이너이기도 한 김영나 작가가 “조금은 다른 페인팅, 어쩌면 조각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한 작품들은 개인전 ‘이지 헤비’(Easy Heavy, 6월 30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만날 수 있다 .

 

전시제목 ‘이지 헤비’는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대상들의 집합을 의미하는 말로 일상에서 발견되는 사물과 사건을 수집해 새로운 질서와 규칙으로 샘플링, 재배열, 재편집함으로서 디자인 언어를 확장하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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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나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대량생산으로 수집 가능한 그래픽 디자인 제품을 그만의 샘플링, 재편집 등을 통해 전혀 다른 시각 언어로 표현한 4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익숙한 사물과 사건이 보유한 디자인적 요소를 새로운 시공간에 배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대한 그의 고민은 현대미술과 전시장을 만나면서 전혀 새로운 신(Scene)의 연출로 이어졌다. 

 

디자이너인 그에겐 낯선 전시장 벽면과 인쇄물 지면 등과의 만남, 상호관계 설정 등이 디자인을 근간으로 한 자기 참조적 행위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그의 대표작으로 201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세트’(SET) 연작과 이를 전시장 벽면으로 확장·재해석해 소환한 신작 ‘SET v.25: View N’, 벽화 일부를 캔버스로 옮긴 ‘조각’(Piece) 연작 그리고 스티커, 포장지, 포스트잇, 봉투 등 발견된 일상용품들을 재구성한 ‘발견된 구성’(Found Composition) 연작을 만날 수 있다.  

 

“저한테 페인팅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에요. 어떠면 떼어낸 어떤 조각 같은 느낌이기도 하죠. ‘발견된 구성’은 디자인 작업을 시작한 2009년부터 약간 수행적으로 매일 컴포지션 연습을 하듯 했던 작업이에요. 제가 모은 사물들, 인쇄물, 스티커, 프린트, 배터리 등, 가장 경제적인 포맷을 사용해 대량생산된 이들의 숨겨진 규칙을 찾아내는 거죠.”

 

이를 “감각을 연습하는 작업의 일종”이라고 표현한 김영나는 ‘세트’에 이은 새로운 책 ‘자화상’을 출간했다. ‘세트’는 그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작업한 아카이브를 다양한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엮은 일종의 샘플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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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Eazy Heav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그 과정에서 각기 다른 해석이 가능하고 다른 전시나 프로젝트의 매뉴얼 혹은 어떤 출발점으로 활용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이 샘플북을 근간으로 ‘세트’ 연작을 만들었다. 자기 참조적 행위들로 변주된 이 연작은 “형태나 상황들, 클라이언트도 없는 어떤 개인적인 전시 작업이자 다양성이 포괄된 방식의 시리즈”다.

 

“초반에는 디자인을 화이트 큐브에 옮겨 오는 게 굉장히 불편하고 낯설었어요. 그래도 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죠. 하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 수집 등에 대한 생각들이 어떤 상황들을 거치면서 원본들을 보여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열었던 두산갤러리 전시(테스터 Tester)를 통해 ‘세트’가 더 지속될 수 있을까, 어느 정도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질문을 더 안하게 됐죠. 이 덩어리가 아카이브로서 저한테 다른 의미를 던져주는 것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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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나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그 경험 후 “원본작업들을 책으로 엮어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차곡차곡 담은 것”이 새책 ‘자화상’이다. 이는 “관람객들에겐 좀 어려울 수 있는” 그래서 “사실 얼마 전까지만도 관람객 스스로 자유롭게 이해하기를 바라기도 했던” 그의 태도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해 원본 아카이브를 보여주며 다른 방식의 이해를 제안하면서 조금 더 설명하기를 바라는 태도로 바뀌었달까요. 스티커·포장지·포스트잇·봉투 등 일상용품들, 아카이브들을 재료 삼아 그것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다르게 해석하는지, 장소에 따라 또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는지를 실험한 최근작들 역시 같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산=글·사진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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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나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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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Eazy Heav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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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Eazy Heav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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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Eazy Heav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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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Eazy Heav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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