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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커피 1500원, 치킨 9900원… 가격 파괴도 '다다익선'

[창업] ‘이디야커피’부터 ‘덤브치킨’까지… 프랜차이즈 업계, '파괴적 혁신' 전략

입력 2024-05-22 07:00 | 신문게재 2024-05-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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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혁신은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과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전자는 현재 현재 사용되는 기술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혁신이다. 주류시장과 고객(주주, 소비자, 거래처 등)의 요구에 부합하는 혁신이다. 후자는 성능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파괴적 기술에 의한 혁신이다. 시장의 규모도 작고 고객의 요구에도 부합하지 않는 혁신이다. 

 

파괴적 혁신은 기술과 시장의 변화가 빠른 산업일수록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트렌드의 변화가 빠르고, 새로운 기술이 수시로 등장하는 변화무쌍한 시장으로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기에 적합하다.

일례로 ‘이디야커피’는 중저가 커피를 내세워 파괴적 혁신에 성공했다. 과거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의 주류시장은 스타벅스, 커피빈, 카페베네, 엔젤리너스, 탐앤탐스, 할리스, 파스쿠치 등이었다. 이들은 커피 맛과 품질, 인테리어 등에 초점을 맞춰 하이엔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었다. 반면 이디야커피는 주류시장 브랜드보다 1000원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로엔드 시장을 파고들었다. 가맹점 규모도 중소형으로 하여 창업비용도 대폭 줄였다. 맛과 품질, 인테리어, 그리고 중심상권 입점 경쟁을 하고 있던 주류 커피전문점들은 초기에 이디야커피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디야커피는 로엔드 시장 진입 후 지속적으로 맛과 품질을 개발해나갔다. 동시에 국내 커피 산업의 발달로 커피의 수입과 원두의 유통도 원활해졌다. 주류시장 커피의 가격이 너무 높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졌고,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품질 또한 나쁘지 않은 이디야커피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정부의 골목상권 보호 정책도 대기업이 아닌 이디야커피를 비켜갔다. 강력한 경쟁자가 없는 가운데 이디야커피는 국내 커피 산업의 발달과 함께 주류시장을 위협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게 시장경제의 원리다. 파괴적 혁신에 성공했어도 지속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어느 새 또 다른 파괴적 혁신으로 경쟁자가 등장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디야커피는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반값인 1500원에 판매하는 대용량 저가 커피전문점의 파괴적 혁신 전략에 밀리고 있다.

커피 브랜드에서 저가 빅사이즈의 원조는 빽다방이다. 2011년부터 직영점 위주로 운영하다가 2014년부터 본격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빅사이즈 컵으로 아메리카노 한 잔을 1500원에 내놓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빽다방은 현재 1562개 점포가 성황리에 영업을 하고 있다.

 

메가커피 점포(2405)
메가커피 점포. (사진=독자 제공)

 

그 후 최근 몇 년간 저가 빅사이즈 커피전문점 중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브랜드는 메가엠지씨커피와 컴포즈커피다. 두 브랜드는 조만간 점포 수가 3000개를 넘을 것이라는 소식이다. 더벤티 역시 급성장한 저가 브랜드 중 하나로 전국에 1180여 개 점포가 있다. 이들 가격파괴 브랜드는 원두 투샷을 넣고 대용량의 아메리카노 한 잔을 1500원에 판매하는 것이 장기 불황에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저가 브랜드는 과거 이디야커피가 파괴적 혁신으로 고가 커피 시장을 공격했던 것처럼 이디야커피의 중간 가격대 커피 시장을 위협하며, 국내 커피 시장의 대세를 차지하고 있다.

 

명륜진사갈비 점포(2405)
명륜진사갈비 점포. (사진=독자 제공)

 

명륜진사갈비는 2017년 숯불 돼지갈비 무한리필 전문점이라는 파괴적 혁신으로 외식 시장의 돌풍을 불러 일으켰다. 숯불 돼지갈비 1인분 가격으로 숯불 돼지갈비부터 셀프바, 밥, 음료수까지 전부 무제한 즐길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국내 외식업계에 큰 획을 그었다.

그 후 비슷한 콘셉트의 경쟁 브랜드의 도전이 이어지자 명륜진사갈비는 혁신을 통해 변신에 성공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NEW버전 명륜진사갈비 매장에서는 숯불 돼지갈비, 프렌치렉, 목살, 삼겹살, 닭갈비, 돼지껍데기를 무한리필로 즐기며 프리미엄 셀프바까지 이용할 수 있다. 명륜진사갈비는 브랜드 고급화 선언 이후 많은 가맹점들의 계약 및 오픈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덤브치킨 점포(2405)
덤브치킨 점포. (사진=독자 제공)

 

저가 치킨전문점 ‘덤브치킨’은 국내산 9호닭 후라이드치킨을 단돈 9900원에 판매한다. 양념치킨, 갈릭소이치킨, 스위트크림치킨, 치즈스노우치킨, 반반치킨 등은 1만1900원으로 이들 메뉴 역시 국내에서 제일 저렴한 가격에 속한다. 신 메뉴인 고추퐁닭치킨, 파무침치킨, 콘소메치킨, 고추마요치킨 등은 1만2900원에 판매하는데 신메뉴 출시 이후 고객 반응이 폭발적이라는 게 가맹본부측의 설명이다. 메뉴 하나하나가 군더더기 없이 가격과 양, 점주의 수익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이 됐다는 것이 창업 전문가들의 평가다.

덤브치킨의 인기 요인은 무엇보다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해서 불황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고객 만족도뿐 아니라 창업자 수익성도 매출의 20~25% 선에 맞춰 브랜드 콘셉트가 설계되었다는 점도 장점이다.

덤브치킨은 작년 6월 대구광역시 수성구 대구은행역 도로변에서 1호점을 론칭한 후 지난달 10호점인 분당서현점을 오픈하고 본격적으로 수도권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고가 논란에 소비자 불만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치킨 시장에서 덤브치킨의 파괴적 혁신 전략이 어떤 결과를 나을지 주목된다.

고(故)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기업이 존속적 혁신에만 치중하면 파괴적 혁신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혁신기업들은 끊임없이 파괴적 기술의 도전을 받아 왔다. 한 업종에서 10~20년 전에 강자였던 기업 중에서 현재까지도 강자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파괴적 기술의 등장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성공한 혁신기업들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더 기획하고, 더 고객 친화적이 되고, 전사적 품질경영의 방법을 도입하면서 ‘고성능 고가’의 업종에 치중하는 존속적 혁신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존속적 혁신의 성공확률은 매우 낮았다. 파괴적 혁신을 등한시하는 사이 트렌드의 변화가 심한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파괴적 기술은 순식간에 주류 시장을 위협했다. 현재도 끊임없이 파괴적 혁신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장기 불황기에는 파괴적 기술이 시장의 환영을 받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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