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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더부살이와 모듬살이

<시니어 칼럼>

입력 2024-05-02 12:57 | 신문게재 2024-05-0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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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수 기자
김충수 명예기자

대문을 활짝 열어 놓으면 들어오는 복이 많을까 떠나가는 재앙이 많을까?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으면 인생에 도움이 되는 친구가 많이 찾아올까? 속이려 덤비는 친구가 더 많을까?

무병 무탈 무사안일의 인생도 누군가를 넒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맛있는 향기로 피어날 것이고 삶이 곧게 펴지고 얼굴도 팔자도 아름답게 펴질 것이다.

마음 한구석에 계약서 없이 세 들어 사는 녀석이 있다.

내 허락도 동의도 없이 제 마음대로 들어와서 내 영혼마저 삼키려드는 핸드폰 망령이다. 내 손을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내 눈을 사로잡고 내 귀를 틀어막으니 도통 다른 사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게 만들고, 살아서 꿈틀거리는 정마저 느낄 수 없게 만든다.

오호통제라! 소통의 부재여! 내 육신과 잘 어울릴 때는 행복한 미소가 따라오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 되면 감옥에 갇히게 된다.

핸드폰을 새로 개통하면 한 생명이 태어나는 것과 같다. 말과 정이 통하지 않는 녀석, 나를 닮은 가짜인 나와 철저히 친해져야만 인생이 즐겁다. 나는 지금 핸드폰에 더부살이하는 것일까?

반려견 한 마리 입양하면 또한 한 가족이 생겨나는 것이다. 나는 지금 그들과 모듬살이 하는 것일까 신을 섬기고 있는 것일까?

남의 집에서 먹고 자며 일을 해주고 삯을 받는 일, 또는 그런 사람이 남에게 얹혀사는 것을 더부살이라 한다.

모듬살이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서 살아가는 공동생활을 말함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가정은 사회와 나라를 이루는 모든 모듬살이의 기본이 된다. 부모를 내가 선택할 수 없고, 조국 또한 내가 선택할 수 없기에 어쩌면 운명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학교, 직장, 모임 등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모듬살이다. 모듬살이는 함께 어울리는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배려함에서 출발한다.

우리들의 하루 일과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모듬살이에 속할 것이다. 산업화를 이룬 세대. 환갑을 넘긴 세대는 넘기 힘든 보릿고개를 넘어왔다. 지긋지긋한 가난과 배고픔의 해결이 지상최대의 과제였었다.

그래서 한동네에서 어울려 살며 품앗이를 일삼았으나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도회지로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세대 간의 원활한 소통이 어려워짐은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까지 앞선 세대의 숨겨 둔 속사정이야 말해 무엇 하랴! 먼 나라의 전설일 뿐이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로 세계가 온통 하나로 연결되어있기에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으면 낙오되기 쉽다. 철저하게 혼자이면서도 절대로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다.

풍요한 소수보다 다수의 행복을 찾아야 할 때다. 사람은 어렸을 때는 누구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고, 성장하고 나면 또한 누군가를 함께 돌보아야 한다. 단 한사람의 낙오와 소외는 사회의 큰 뚝을 무너뜨릴 수 있음이다.

모듬살이의 핵심은 돌봄이고 어울림이다. 이는 특정의 한사람 몫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이다건강한 모듬살이를 통해 서로 이끌어주고 밀어주면서 개인 간의 격차, 세대 간의 격차를 줄여나가면 좋겠다.

 

김충수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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