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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몸빵’이거나 ‘돈 잔치’거나

입력 2024-03-19 14:19 | 신문게재 2024-03-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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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선 문화부장

‘몸빵’이거나 ‘흥청망청’이거나. BTS 등 K팝과 ‘오징어게임’ ‘기생충’ ‘미나리’ 등을 필두로 한 K콘텐츠 및 문화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면서 한국을 찾은 이들이 부쩍 늘었다. 

 

여행하고 싶은 나라나 도시에 한국, 서울 등이 상위권에 랭크되는 현상도 꽤 익숙해졌다. 명동, 서울 사람들은 듣도 보도 못한 맛집, 문화 등과 중국 및 동남아인들이 대부분이던 이전과는 달리 서울 곳곳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목격하는 일은 이제 일상이다. 그 국적도, 인종도, 들리는 언어도 다양해 K컬처의 저력을 입증하기도 한다.  

 

서울 뿐 아니라 부산이나 제주 등 지역관광을 꿈꾸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에는 서울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볼만하고 가볼만하며 먹을거리가 수두룩하다. 한국 사람들조차 그 진가를 알지 못하는 지역관광은 K컬처에 빠져 한국을 찾는 이들을 두번 세번 오게 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외국인 친구가 “서울 말고 가볼만한 데가 있어?”라고 묻는다면 선뜻 추천할 여행지는 많지 않다. 혹은 누군가 “한국이 관광대국이 될 수 있을까”라고 의견을 묻는다면 “그렇다”고 명료하게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자국민과는 전혀 다른 외국인을 위한 여행지, 맛집 등 그 쏠림 현상은 여전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은 곳은 여전히 서울의 명동이다. 게다가 이곳 물가가 심상치 않다. 기본 핫도그, 찐옥수수 등이 하나에 5000원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바가지’를 고발하는 뉴스에는 혀를 끌끌 찼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확인하고 나니 “명동에서 제일 싼 집은 백화점 푸드코트”라는 웃픈 농담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산하다 못해 나간 집 같던 명동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나지만 어쩐지 불안함과 걱정이 앞서는 건 그래서다. 

 

“서울 말고 다른 데”를 추천받으려는 친구에게 선뜻 어딘가를 말하기 어려운 것도 같은 이유다. 지역의 풍경이나 볼거리, 먹거리가 부실하거나 별로여서가 아니다. 여행을 만끽할 바다, 산, 강,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특유의 문화, 특산물, 유서 깊은 축제 등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음에도 그곳에서의 이동이나 즐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수도권과 대도시에만 몰려 있는 문화 기반시설, 교통·숙박 등 여행에 필요한 인프라 문제는 여전히 심화 중이기만 하다. 물론 잘 갖춰진 도시들도 있다. 하지만 몇몇 도시를 제외한 곳의 여행 인프라는 열악하기만 하다. 배차시간이 긴 버스나 아예 시내버스가 없어 도계, 시계를 넘나드는 시외버스 혹은 고속버스를 타야하는 곳도 있다. 

 

나 홀로 여행일 때야 그 사정을 감내하고 주로 걷기로 이동하며 배짱이 여행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전하면서도 1인이 머물 만한 숙박시설을 찾기란 쉽지 않다. 안전, 비용절감 등 어느 쪽을 선택하든 감내야할 것들이 적지 않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체력이 약한 어른들, 아예 걸을 수 없는 아이들, 장애인 등과 동반한 여행이라면 선택지는 몇 가지 없다. 거주지부터 여행 내내 자차를 이용하거나 여행지까지는 비행기·버스 등으로 여행지까지 가 렌트카를 이용하는 몇몇 사람의 ‘몸빵’ 혹은 여행 내내 택시를 이용하고 최고급 리조트에 묵는 등 ‘돈 잔치’ 말고는 방법이 없다. 

 

4인 1박 2일 여행경비 200만원 남짓 중 비행기, 숙박을 제외한 비용 중 절반이 택시비일 정도다. 그 여행의 끝은 대부분 “차라리 동남아시아 패키지 관광을 가는 게 낫겠다”일 정도로 한국인에게도 쉽지 않은 여행을 말도 통하지 않고 그 문화마저 낯설 외국인 친구에게 추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역 볼거리, 축제 등을 개발하고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기본이 되는 기반시설, 여행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그곳까지 가거나 머무는 것조차 어려움이 존재한다면 무용지물이다. 

 

지역의 주요 관광지를 쉽게 오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라도 갖춰져야 지역 관광은 활성화될 수 있다. 오늘만 살 것 같은 관광정책 보다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한 장기적인 안목으로, 구태의연한 지역행정 차원 보다는 관광객 편의를 고려한 기본을 갖춰야 할 때다. 관광대국의 이상향은 외국인 뿐 아니라 자국민까지 찾거나 여행을 꿈꾸는 곳이 많아지는 것이다.  

 

허미선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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