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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육식맨 "100만 유튜버 비결은 따라하기 쉬운 요리"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유튜버 육식맨

입력 2024-02-05 07:00 | 신문게재 2024-02-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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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육식맨.(사진=육식맨)

 

“오늘 준비한 고기부터 보시죠”


매주 수요일 6시 37분. 20, 30대 남성을 위시로 한 고기 애호가들이 한 유튜버의 영상을 기다린다. 바로 유튜버 ‘육식맨’이다.

그는 유튜브 채널명처럼 고기 요리만을 다루는 진성 육식인이다. 이에 매료된 구독자만 116만명에 달한다. 주로 집에서 할 수 있는 요리에 대한 레시피와 다양한 국가의 고기 요리를 소개한다.
현재는 전업 유튜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육식맨이지만 5년 전까지만 해도 유통업에 종사하던 평범한 직장인 중 한 명이었다. 유튜브가 부업으로 떠오른 2019년. 유행에 편승에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영상 제작에 흥미를 느끼던 점도 유튜브 진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튜브가 부업으로 유행하던 시기”라며 “에버랜드 좀비 페스티벌, 중국 항공 리뷰 등 영상이 10만 정도의 조회수를 기록해서 ‘내가 혹시 유튜브에 소질이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를 찍어보고 싶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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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육식맨)

◇ 직장인 ‘박 씨’, 육식맨으로 인생 2막


직장인으로서 10년 간 살아온 그는 30대 후반에 들어서며 전업 유튜버로 전향했다. 인생 2막의 무대로 유튜브를 선택한 것이다. 연차가 쌓이며 파트 리더를 맡는 등 회사에서 인정 받는 직원이었지만 직장 업무와 유튜브를 동시에 운영하는 생활에 지친 상태였다. 저녁에 유튜브를 해야 하는 만큼 동료들에 비해 전념을 다할 수 없어, 폐를 끼치고 있다는 마음도 퇴사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직장과 유튜브를 같이 해서 비슷한 연차의 동료들이나 경쟁자들에 비해 일에 전념할 수 없었다”며 “업무적으로 한계를 느끼는 쓰리(3) 아웃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결심할 때 유튜브 수익이 적지 않았다는 점도 퇴사를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콘텐츠에 대한 욕심도 한 몫을 했다. 육식맨은 채널 운영 방안과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 10년 근속 휴가로 튀르키예를 방문했다. 세계적인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방문기와 촬영 당시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튀르키예 전통 음식 ‘카이막’ 리뷰 영상이 도합 940만뷰에 가까운 조회수를 올렸다. 육식맨 채널이 기존 진행하던 ‘홈쿠킹’ 외 다른 콘텐츠가 채널에 등장한 순간이다.

육식맨은 “어떤 유튜버들은 콘텐츠를 다각화하고 싶어도 다 실패하고 이러는 데 저는 어떻게 보면 노력하고 기획하지도 않은 여행 영상마저 터진 것”이라며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고 회고했다.

직장인 시절과 가장 다른 점으로는 ‘창작’을 꼽았다. 콘텐츠를 창조해 대중에게 전달한다는 의미다. 그는 “순수 예술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영상을 만들어서 마음을 움직이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2의 육식맨을 꿈꾸는 예비 유튜버에게는 “스치듯 생각해도 100편 이상 나오는 주제를 갖고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주에 한번 이상 영상을 올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제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가 육식을 주제로 채널을 시작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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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맨이 직접 만든 고기 요리를 먹고 있다.(사진=육식맨 채널 캡처)

 

또 ‘쿨(Cool)함’을 강조했다. 그는 “열심히 만든 티를 안 내야한다. 그게 제일 멋진 영상의 요건”이라며 “보기만 해도 메시지가 확 느껴져야 한다”고 밝혔다.

영상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가 생각하는 영상은 일종의 제2 외국어다. 기존 방송과 다른 유튜브만의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그는 “제가 매번 ‘오늘 준비한 고기부터 보시죠’하고 고기가 나오는 것과 ‘안녕하세요 xxx 프로그램 육식맨입니다’라면서 영상을 시작하는 건 아예 다른 영상”이라며 “우리가 형용사를 쓰느냐 안 쓰냐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영상 언어를 고민하지 않고 쓰지 않는 사람은 ‘유튜버’가 아니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유튜버라는 직업과 가장 비슷한 직업으로 웹툰 작가를 골랐다. 작가와 유튜버 모두 △창작해야 하며 △소재 고갈을 감당해야 하며 △마감이 정해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편 육식맨은 본명을 밝히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 성인 ‘박’만이 밝혀져 있다. 그는 “본명이 워낙 드물어서 공개를 하지 않았다”며 “10년 넘게 다닌 회사다 보니 퇴사 이후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밝히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 홈 쿠킹 전성시대를 열다

대부분 요리 채널들이 요리하기 좋은 환경의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육식맨은 집에서 요리하는 ‘홈 쿠킹(Home Cooking)’ 콘셉트를 고집하고 있다. 기존 요리 채널들과 차별화된 점이다.

특히 고기 요리의 문턱을 낮춘 점은 채널을 성장시킨 동력이다. 기존 바비큐는 일부 마당이 있는 집이나 캠핑장을 방문해야 할 수 있던 고기 요리였다. 진입 장벽이 높았던 셈이다. 육식맨은 바비큐를 집에서 따라 할 수 있는 홈 레시피로 개량해 전달한다. 과거 쉬운 레시피로 유명세를 떨친 백종원처럼 고기 요리의 문턱을 확 낮춘 것. 다만 요리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끌고 온 전문가 백종원과는 다르다. 육식맨은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요리에 도전해 실패하는 상황까지도 영상에 기록한다. 결국 실패를 발판으로 성공한 노하우까지 영상에 삽입하며, 구독자로 하여금 “나도 할 수 있다”는 요리에 대한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한 요리 유튜버 분과 얘기를 하는 데 그 분이 ‘우리가 올린다고 누가 따라하냐’고 말했다”며 “그 말에 정말 놀랐다. 저는 매일 요리를 만든다는 DM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조회 수와 화제를 노리는 요리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중에 진짜 집에서 따라 하라고 만드는 건 나밖에 없을 수 도 있다는 생각을 그때 한것 같다”며 “그때부터 어떤 사명감과 같은 게 생겨서 레시피에 대해 연구하게 되고, 진지하게 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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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육식맨)

 

그러면서 “이게 진짜 육식맨 채널의 근본이구나라는 걸 알게 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정육 시장에 변화의 바람도 불러일으켰다. 기존 정육 시장은 불판 위에 구워 먹을 수 있는 얇게 썬 고기가 대부분으로, 덩어리 고기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네이버 쇼핑, 쿠팡 등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덩어리 고기를 찾는 게 어렵지 않다. 바비큐 인구가 늘어난 나비효과다. 일부 제품의 경우 육식맨이 언급되기까지 한다.

다만 이제 덩어리 고기가 일반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이 된 만큼 구독자들의 놀라움도 줄어들었다. 육식맨이 콘텐츠를 고민하는 이유다.

그는 “예전에 브리스킷을 만들면 구독자들이 놀라워했겠지만 통고기를 보여주는 게 이제 놀라운 경험이 아니다”라며 “유튜브는 자극 아니면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자극이 약한 지금 조금 더 이야깃거리가 있는 요리들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 “매주 구독자의 10분 훔칠 것… 새로운 도전도 이어나가”

육식맨은 유튜브 쇼츠(Shorts)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 시청자들은 롱폼 영상보다 쇼츠를 주로 시청한다. 육식맨은 그간 롱폼 콘텐츠만을 제작해왔다. 또 세컨드(Second) 채널을 준비하고 있다. 고기 요리 유튜버라는 한계를 넘기 위함이다.

육식맨은 “조회수가 쇼츠로 빠지고 있다”며 “특히나 요리의 경우 이미 패권이 쇼츠로 많이 넘어간 상황이다. 쇼츠에 익숙한 시청자를 붙잡기 위해 롱폼을 만드는 틀도 달라져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세컨 채널에 대해서는 “개인 유튜버는 콘셉트가 강렬할수록 사랑받기 쉽다. 송곳처럼 좁은 곳을 공략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만큼 소재 고갈이 더 쉽다. 세컨드 채널을 통해 지경을 넓히고자 한다”고 밝혔다.

육식맨의 목표는 ‘다음주’다. 장기적인 목표보다 구독자가 다음주에도 본인의 영상에 10분을 할애해주는 게 가장 큰 목표다.

그는 “시청자들이 하루 중 10분을 할애하기 부족함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좋은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점을 꾸준히 유지하고 싶다. 40대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 때까지 이 영감과 창작의 끈이 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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