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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도시에서 벤처도시로… 스타트업 줄귀환,'포항의 기적'

[브릿지경제 창간10주년 특별기획] 기업이 살아야 지방이 산다

입력 2024-01-28 17:05 | 신문게재 2024-01-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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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저업 그라운드 포항. (포스코 제공)

  

2022년 6월, 경북 제1의 도시 ‘포항’이 술렁거렸다. ‘지방소멸’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인구 50만명’ 붕괴가 눈앞에 닥치자, 지역사회가 패닉에 빠졌다. 시청은 연일 비상대책 회의를 열었고 지역사회 전문가들은 토론에 나섰다. 당장 구청과 경찰서, 소방서 등 공공시설부터 폐쇄될 것이란 근거 없는 소문까지 돌았다. 학계는 세계 철강시장을 쥐락펴락하며 ‘철강 왕국’을 일궜던 미국 ‘피츠버그의 몰락’이 포항에서 재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게 계속 줄던 인구는 작년 12월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고작 97명 늘었지만 지역사회는 안도했다. ‘97’이란 숫자보다 변신을 시도하는 지역사회의 노력이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특히 제외 동포와 이주노동자 등을 포함한 실거주자는 50만명을 회복했다.

비결은 기업의 ‘컴백’이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철의 도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방정부와 지역사회의 노력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일자리를 찾아 떠났던 MZ세대가 다시 고향땅을 밟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포스코그룹이 운영하는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이다. 포항을 떠났던 24개 스타트업이 연어처럼 회귀하거나 포항에서 신규 사업을 전개했다. “지원만 받고 떠난다”는 지역사회의 아쉬움을 달래준 셈이다. 실제로 200여명의 고용을 일으켰다. 지역 내 기업가치도 1조1000억원이나 늘었다. 그 중 ‘그래핀스퀘어’가 대표적이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의 상용화에 성공한 그래핀스퀘어는 본사를 수도권에서 아예 포항으로 옮겼다. 이 회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IT) 박람회 ‘CES 2023’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는 등 기술을 인정받아 삼성벤처투자 등으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미국 타임지가 선정하는 ‘올해의 최고 발명품상’을 2년 연속 수상하는 성과도 냈다. 포항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지방의 인구 위기는 출산이나 사망률보다 청년 인구의 유출로 인한 것”이라며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전했다. 

2020

이차전지 강자로 급부상한 ‘에코프로’가 포항에 둥지를 트는 것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애초 에코프로는 포항 이전을 확정했지만, 2017년 포항 지진으로 계획이 보류됐다. 그러다 포항시의 끈질긴 러브콜에 지난해 2조원의 투자를 약속하고 포항블루밸리 국가산단에 역대 최대 규모의 양극 소재 생산 시설을 짓기로 했다. 이 덕분에 ‘미분양’이 쏟아질 뻔한 포항블루밸리 산단은 ‘완판’됐다. 에코프로는 전체 직원의 89.7%가 지방에 산다. 이 같은 비율은 시가총액 30위권 기업 중 에코프로가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지방소멸의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만큼 포항의 사례는 교훈이 크다고 평가한다. 특히 지난해 합계출산률은 수도권 0.5명, 포항은 0.89명이다. 지방의 인구 위기는 결혼·출산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김영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구 문제를 특정 지역의 문제로만 보면 지역간 인구 뺏어오기 경쟁 밖에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젊은 인력들이 지역에서 정주하지 못하고 계속 수도권에 몰리는 것은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지방소멸의 문제를 출산률 등 인구 문제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지역 거점 중심의 기업 유치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지속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천수 과장(포항시 정책기획관)도 “리더의 생각에 따라 도시의 흥망성쇠가 달라진다”면서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수소연료전지 등 사업 다각화가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포항=이해인 기자 hilee6455@viva100.com,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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