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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 아닌 전면 개정을

입력 2024-01-03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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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법이다. 중대재해란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는 등 재해의 정도가 심한 재해를 말한다. 동법은 2022년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됐으며, 내년 1월 27일부터는 5~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을 앞두고 현장의 목소리는 다급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50인 미만 중소기업 641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90%의 기업이 법 적용 유예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동일 규모의 892개사를 조사한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유예가 되지 않을 경우 ‘고용인원 감축과 설비자동화를 고려하겠다’는 기업과 ‘사업 축소 및 폐업을 고려하겠다’는 기업의 비중도 각각 18.7%, 16.5%에 달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는 재해로 인해 다치거나 사망하는 근로자를 줄이고자 하는데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미 적용되고 있는 50인 이상 사업장의 산업재해 현황을 살펴보면, 재해 감축효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50인 이상 사업장의 산업재해자 수는 3만9226명으로, 법 시행 전인 2021년 3만3537명 대비 17% 증가했다. 사망자 수 또한 2021년 721명에서 2022년 851명으로, 법 시행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결국 이 법이 5~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더라도 재해 감축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기업에 부담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중대재해 감축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기업인 처벌만 강화될 경우 경제적 손실만 커지게 된다. 파이터치연구원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시행됐을 경우 실질국내총생산(GDP), 실질설비투자, 총일자리가 각각 연간 4.7조원, 0.7조원, 4만1천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시행되면, 경영자의 형사 처벌 위험, 소송 비용 증대, 공사 지연 손실 등으로 인한 경영 리스크가 증가한다. 경영 리스크가 증가하면, 기업의 자본조달 여건이 악화된다. 이로 인해 생산에 투입되는 자본량과 노동수요량(일자리)이 줄어 생산량이 감소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에도 재해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반면, 과도한 처벌 규정은 사고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더라도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준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이 아니라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 우선 5~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유예를 서둘러 처리해야한다. 이 후 ‘1년 이상의 징역’ 등 강화된 처벌 규정을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야한다. 처벌 수준을 강화하는 대신 산재 예방 대책 수립을 위한 노사정 상설협의체 구성, 산재 데이터에 기반 한 원인 분석과 예방 대책 마련,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지원 등 예방 중심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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