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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전 규제 플랫폼법, 혁신 ‘싹 자르기’ 아니어야 한다

입력 2023-12-20 14:01 | 신문게재 2023-12-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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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하고 있다. 경쟁을 촉진해 ‘온라인 공룡’의 독과점 구조를 깨겠다는 취지다. 독점력 남용으로 경쟁을 제약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대형 플랫폼 갑질 행위를 사전 규제하자는 것이다. 현행법 체계로는 자사 우대, 끼워 팔기, 멀티호밍(다른 플랫폼 이용) 제한, 최혜 대우 등 시장권력의 신종 갑질을 잡기에 한계가 있었다. 반칙행위에 뒷북 제재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플랫폼 독과점의 폐해를 차단하겠다는 인식이 작용한다.

플랫폼 기업에 온전히 주도권을 주는 규제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플랫폼 자율규제를 강조했던 부분을 더 뚜렷하게 기억하는 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3년 전부터 발의돼 무려 20개가 계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에 탄력이 붙을 전망인 점도 혼란을 더한다. 갑을관계와 상생관계가 다르듯이 사전규제와 자율규제의 엄청난 차이 때문이다.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는 이중규제가 된다는 걱정이 가장 큰 듯하다.

공정거래법으로는 전통산업과 달리 플랫폼 업계의 위법 행위를 규율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과도한 이익 수취와 불공정한 거래조건 강요 등은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소규모 기업들의 시장 진입 기회가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시장 여건은 복합적이다. 중국계 플랫폼이 국내 1위 쇼핑애플리케이션으로 치고 들어온 상황과 같은 시장 여건까지 심층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플랫폼 민간기구나 자율규제위원회 등의 활성화를 더 유도한 다음에 자율규제와 상반되는 입법을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국정과제에서도 강조된 플랫폼 분야 거래 질서 공정화는 필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통해 이뤄지는 게 맞다. 공정성이란 이름의 옥상옥(屋上屋) 중복으로 혁신의 싹을 자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

플랫폼법이나 온플법이 혁신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규제가 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국내 규제를 피해간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먹잇감으로 내던져지는 구조에 대한 업계 우려는 정당하다. 제2, 제3의 네이버나 카카오를 만들려는 그 자리에 글로벌 공룡 플랫폼이 안방 차지를 할 수도 있다. 토종 플랫폼 규제가 미국의 플랫폼 기업 규제 방식과 같아서는 안 된다. 시장 환경이 상이한 유럽식 규제를 도입한다면 정말 모순이다.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은 해외 빅테크를 견제해 독점을 막으려고 제정된 ‘해외용’이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독과점 규제가 됐건 갑을관계 규제가 됐건 국내 디지털산업 생태계 침해가 안 되게 할 필요가 있다. 한국 업체만 잡게 되면 국익에도 위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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