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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남권 ‘빌라 전세’ 수요 증가, 어떻게 봐야 하나

입력 2023-12-10 14:01 | 신문게재 2023-12-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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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끼고 매수하는 이른바 ‘갭투자’ 유발 우려만을 내세운 주택법 개정 지연이 잘못됐음은 이미 수차례 지적했다. 시장 혼란 요인은 이밖에도 도처에 잠복하고 있다. 역전세 대란을 걱정했는데 연말에 이르며 어느 결에 전세난 양상으로 점진적으로 향한다.

임대시장의 전세 기피도 양면성 내지 양극화로 나타난다. 빌라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이면에서 서울 강남권처럼 빌라 전세 수요가 몰리는 경우는 좀 예외적이다. 10월 기준 빌라 전세 거래는 지난해 동월에 비해 강남구가 12%, 서초구는 15%가량 늘었다. 서울 전체로는 14.6% 감소했는데도 이렇다. 1~10월 서울 빌라 월세 거래량이 5만 건을 처음 넘어선 것과도 대조를 이룬다. 전세사기 신뢰 위기가 상대적으로 적고 아파트 대비 저렴한 가격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올해 전세거래 총액에서 비(非)아파트 비중이 20%를 밑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매매가 뚝 끊겨 전셋값이 올 3월 또는 한 달 전보다 3억 이상 오른 것도 있다. 매수를 보류한 수요자들이 전세로 눌러앉을 가능성이 잔뜩 커진 상태다.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별화된 움직임과 함께 공사비 인상 등으로 분양가가 오른다는 점까지 감안해야 한다. 내년 1분기 빌라 입주(준공) 물량은 역대 최소 수준까지 감소한다. 이런 측면까지 강남의 빌라 수요에 미리 반영된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서울 아파트값이 29주 만에 하락 전환한 것과 관련해서도 눈여겨봐야 한다. 집값 낙폭이 크지 않고 전셋값이 하방을 저지한다는 분석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빌라 전세에서 ‘강남 불패’ 재연 여부 한 가지보다 나무와 숲을 한꺼번에 읽는 게 최선이다. 빌라에서 빠져나간 주택 임대 수요가 아파트 전세나 월세로 선회하는 분위기는 얼마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셋값 고공행진을 계속하면 갭투자 수요를 다시금 자극할 수도 있다. 주택법 개정안이 재논의될지라도 갭투자 유발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고가 주택이 밀집된 강남권에서 보인 빌라의 일부 ‘선전’에는 시장의 복잡성이 내재한다. 어찌 보면 주택 임대 수요가 소형 아파트에 몰리는 현상의 다른 표현이다. 아직 전세난 수준 아닐 때, 꾸준한 전셋값 회복세(상승세)나 아파트 전세 수요 자극이 주택시장 불안 요인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내년 공급 가뭄은 선거판까지 흔들지 모를 부동산 시장의 상수(常數)다. 서울 입주 물량이 올해 3만470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만1367건으로 급감하는 내년이 더 문제다. 특히 집중할 것은 서민 주거 사다리가 무너질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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