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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거주 의무 폐지’ 무산, 실수요자 위한 대안 찾아야

입력 2023-12-07 14:07 | 신문게재 2023-12-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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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 단지의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이 국회 문턱에 걸려 넘어졌다. 정기국회 종료일(9일) 전 마지막 소위(6일)였던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 주택법 개정안은 끝내 상정되지 않았다. 실거주 폐지라는 정부 발표를 철석같이 믿고 청약 넣고 당첨됐는데 마지노선이 무너진 셈이다. 수분양자(受分讓者)들은 흔히 하는 말로 ‘멘붕’ 상태다. 추가적으로 법안소위를 열 수도 없다니 혼란스럽고 난감하게 됐다.

지금 이 상황의 전조는 여러 차례 있었다. 지속됐다고 봐야 정확할 것이다. 실거주 의무 폐지안이 올해 2월 발의될 때만 해도 기세가 등등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5월 말 법안심사소위 이후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가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이러는 사이, 실거주 의무 폐지의 쌍끌이 격인 전매제한이 대폭 완화됐다.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없다. 당초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법에는 부동산시장 침체로 위축된 매수심리를 살리려는 목표도 있었는데 유야무야로 그치고 만 것이다. 여당은 자금 여력이 부족하고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입주를 미루는 수요자를 배려하자는 입장이었다. 야당은 여당 시절이던 2021년 2월 이른바 갭투자를 막겠다는 구실로 규제를 밀어붙였던 기조 그대로다. 전면 폐지가 안 되면 다른 대안이라도 만들어야 할 정부와 국회 모두 무책임하다.

실수요층이 아닌 투자 수요 유입이 완전히 없긴 힘들다. 그렇다고 실제 무주택 실수요자까지 투기 세력 취급해선 안 된다.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공급을 한다는 원칙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본다면 크나큰 모순이다. 그럴 의도가 확실했다면 입주 시기를 구분하는 등 옥석을 구분하는 노력은 하는 게 맞다. 여야 이견을 좁힐 가능성은 타진하지 않고 설익은 정책부터 덜컥 내놓은 것이 전략적인 실책을 자초했다. 주택을 처분하기 전까지 실거주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절충안, 아니면 시행령을 통해 조건부 예외를 허용하는 방법을 놓고라도 협상을 했어야 한다.

내년부터 총선 정국에 돌입하면 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총선 성적표에 따라 논의 재개를 기다린다는 건 막연한 이야기다. 잔금이 부족해 당장 이사를 못 가는 수요자들의 처지가 지금 가장 딱하다. 이 경우에는 금융 도움을 주는 방안을 비롯해 보호 방안이 요구된다. 임시국회를 소집해 소위를 한 번 더 여는 기회를 만드는 선택지도 버리지 않아야 한다. 시장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시장 혼란을 완화할 전향적인 대안을 끝까지 찾아볼 때다. 법 개정 없이 시행할 수 있는 대안을 포함해 실수요자를 위한 접근법이 매우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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