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제한이나 문화재 규제 등에 막힌 높이만큼을 주변 건물에 판매하는 용적률 이전 제도 또는 용적률 이양제(Transfer of Development Right·TDR)가 검토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공간 대개조’와 결부시키지 않더라도 부동산 국가지정문화재 982개 중 237개(24.1%)가 산재한 서울에 적합하고 실익이 많아 보인다. 발주할 용역처럼 ‘도심재개발 활력 제고를 위한 용적거래 실행모델 개발’이 되면 대규모 리뉴얼(재건축 및 리모델링) 효율화에 득이 된다는 그림이 그려진다.
장점 위주로 보면 좁은 국토를 더욱 좁게 쓰는 나라에서 토지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이용 방안으로 해볼 만한 제도다. 용적률을 팔아 개발비에 보태고 사는 건물을 더 올려 사업성을 높이는 양면적 이익만이 아니다. 문화재 주변 개발 압력을 해소하면서 투자 요인은 새로 생긴다. 도로나 교통상황, 분양 전망도 고려할 수 있다. 도심 고밀 개발을 가능케 하는 핵심 동력이 된다면 높이 규제로 다 못 쓴 용적률을 다른 건물·지역에서 살리는 것 이상의 시너지가 된다. 건축물 높이 규제를 받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참뜻’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용역 단계에서부터 보완할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결합건축, 건축협정 등이 선진사례라 하여 그냥 답습해서는 정착할 수 없다. 용적률 이전에 대한 투명한 공시 수단, 지가 차이를 고려한 용적 거래 비율 산정 등 건축법이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법률과 시행령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서울시의 도시계획 제도상 용적률 체계를 더 복잡하게 할 것도 뻔한 이치다. 토지와 건축물 매각 이후 제어가 어려운 점이나 대상 지역이 강남에 많아 불균형을 심화하는 측면까지 들여다봐야 할 일이다. 8년 전 입법화된 결합건축제가 건물 간 거리 등 규제로 시장 반응이 냉랭한 부분에서도 답의 일부를 찾아내야 한다.
용적률 은행과 같은 제어 수단도 필요하다. 용적률 거래로 재개발·재건축 개발비용이 폭등하면 도시개발이 힘들어지는 역설도 나타난다.
100여 년 역사를 가진 미국의 공중권(air rights)이나 60년 넘은 일본의 총합설계제도는 연륜에 비해 활용도가 높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뉴욕 브로드웨이의 극장 보전 방법이나 도쿄역사 인근 고층 복합개발 등 당장 본받아도 될 우수 사례가 있다. 용적률 판매·거래가 현실 시장에서 적용이 어려운 부분까지 찾아낸다면 서울에서도 승산이 있는 제도다. 거래를 통한 용적률 결합 개념을 계획적 국토관리 기반으로 확장한다면 더 큰 동심원이 그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