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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 안전문화 확산, ‘처벌’ 문제가 아니다

입력 2023-12-03 13:29 | 신문게재 2023-12-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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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 미만 사업장에서나 5만명 이상의 기업에서나 생명과 안전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가치다. 그런 점에서 안전의식 내재화는 사업주와 근로자뿐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필수 요소라 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안전보건 점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실천하거나 기업 간 맞손잡고 언론과도 협업하는 일은 권장할 일이다.

각 분야 선도기업들이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과 유지에 솔선하는 변화상도 최근 자주 노출된다. 특화된 안전점검 경험과 노하우를 선도하는 기업 사례들이 공유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지속 성장에 중요한 가치를 사람에 두고 실천하는 노력들이 보기에 좋다. 어떤 기업은 안전 일터 정착 문구를 넣거나 안전 메시지 발송 등으로 사내 안전문화 확산에 나서기도 한다. 잠재적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글로벌 기준에 적합한 냉각탑과 냉동창고를 만드는 사업장도 브릿지경제 기사로 소개됐다. 중대재해 대응 모의훈련을 통해 선제적 또는 사후적인 대처 능력을 강화하는 것도 달라진 모습들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된 이래 합헌성, 정당성 시비가 끊일 새가 없었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가중 처벌해 중대재해를 예방한다는 발상부터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이 상태로 다음달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적용하긴 어차피 어렵다. 대응 여력 없는 기업은 현장 단위에서 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하고 준수할 여력이 실제로 부족하다. 올해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기대효과가 미미했다. 안전문화 정착은 치밀한 설계를 통해 좀더 길게 보고 가야 할 사회적 과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근로자가 같이 하고 지역별로도 시민 참여가 더해지는 방향이 이상적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안전의식은 위험을 청소하는 빗자루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런 핵심 가치 아래 노사가 이루는 원팀이 중요하다. 사내 예방체제를 구축하는 공동활동 지원은 공공의 영역이라고 본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산재사고에 변화가 없는 이유를 솜방망이 처벌 탓으로 몰아간다면 인과관계를 잘못 짚은 것이다. 가정 같지만, 안전을 도모할수록 위험 감수에 부담할 비용이 줄면서 도리어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이른바 펠츠만 효과도 동시에 생각해볼 문제다. 눈앞의 처벌 회피에 급급한다면 온전한 안전몰입, 안전교육, 안전규정과 절차, 안전소통, 안전활동 참여가 이뤄지지 않는다. 안전시스템 구축에 소홀하면 주객이 전도될 것이다. 규제보다 인센티브로 전환하는 건 어떤가. 안전문화에 이르는 과정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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