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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세계 1위 징벌적 상속세 손봐야 한다

입력 2023-12-03 13:31 | 신문게재 2023-12-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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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세계에서 가장 가혹하게 징수하는 상속세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5단계 초과누진세율 구조로, 최고세율이 50%이다. 대주주 할증 과세 20%를 가산하면 실제 최고세율이 60%가 훨씬 넘는다. 압도적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 26%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상속세가 없는 스웨덴 노르웨이 캐나다 등 14개국을 포함하면 평균치는 13%에 불과하다. 일본이 최고세율 55%라지만 우리보다 세 부담이 훨씬 적다. 일본은 상속인별 상속 재산가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하는 유산 취득세체계이다. 우리는 피상속인의 상속 재산가액 전체로 과세표준를 적용해, 상속세를 계산한 뒤에 상속인별로 부담하는 유산세체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심지어 1950년 법 제정 이후 유산세체계 방식을 지속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당시 일본처럼 상속세 과세체계를 유산취득세 체계로 검토해 보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대대적으로 손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정부와 여당이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려 해도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반대해 왔던 야당에서 조차 요즘 일부 의원들이 개편안 의견을 낸 것은 무척이나 고무적이고 반가운 일이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유례가 드문 징벌적 성격 탓에 대·중소기업을 가릴 것 없이 경영권 위협이나 가업승계 포기 등 숱한 부작용을 양산해 왔다. 스웨덴처럼 상속세를 폐지하는 대신 상속인이 재산을 매각하는 시점에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자본이득세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30년 이상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집필하고 가르쳐 왔지만, 과세관청은 상속세를 더 많이 징수하려 상속인들을 상대로 비일비재하게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상속세 납부를 위해 부득이하게 거주하고 있던 주택까지 처분하는 사례가 난무하다. 그리고 수십 년간 상속세 과세표준과 세율은 개정되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세 부담은 날로 증가세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너무 가혹하다. 1세대 1주택도 상속세를 납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부동산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상속공제금액은 10억 원에 머물고 있다. 심지어 한부모 가정에서는 일괄공제제도가 5억 원이다. 그러니 대부분 가정에서도 상속세 부담으로 골치가 아프다. 미국은 큰 부자가 아니고는 상속세가 전혀 없다. 부모 한 사람당 1170만 달러(약 153억 원), 부모 합산으로는 2340만 달러(약 306억 원)까지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개인의 경우는 상속공제 금액을 상향시키면 되고, 법인은 가업 상속공제제도를 잘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주식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은 그 시세 가액에 20%를 가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부과토록 하는 규정 만큼은 폐지시켜야 한다. 그래야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지원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정치권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세계 최악의 징벌적 상속세를 손 보기를 기대한다.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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