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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사법리스크 下] 회장님 처벌이 정답인가… 전문가 진단은

입력 2023-11-29 13:13 | 신문게재 2023-11-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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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DGB 카카오

하나금융그룹(왼쪽부터), DGB금융그룹, 카카오뱅크 (사진= 각 사)

 

사법 리스크가 은행, 증권, 보험 등 특정 업권을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사법 리스크는 경영진의 과오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파급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엄중함을 더한다. 최근 불거진 금융권 사법 리스크의 배경과 파장을 가늠해 본다. <편집자 주>


금융기업 지속성장 발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의 사법리스크 이슈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잠재적인 사법리스크가 있는 인물을 이사회 등에서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과 사법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최종 판결이나 검찰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해당 CEO에 대한 판단을 보류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결국 CEO 선임에 있어 사전에 철저하고 사후 문제 발생시는 결과주의 입장에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안팎의 전문가들은 “회장이나 행장 선임과정에서부터 가능한 잠재적인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해 임원추천위원회, 이사회에서 리스크가 비교적 낮고 능력이 있는 회장을 잘 선임하는 것이 첫 번째일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 일상적인 영업환경에서 준법경영이 될 수 있도록 준법감시인이나 내부통제 역할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선임 전후의 모든 경영행위 속에서 문제소지가 있다면 보다 과감한 조직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융지주 이사회가 사실상 지주 회장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현 지배구조에서 CEO 선임 과정에 잠재적인 사법리스크를 반영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한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이전부터 지적돼 왔다”며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공익이사제를 도입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자는 안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독립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지배구조가 아니라면 앞으로도 CEO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최종 법적 판결결과가 나오기 전에 외부에서 판단하고 여론을 조성하는 것은 또 다른 오류의 출발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종 판결이 나서 금융사 임직원으로서 결격 사유가 생길 때까진 판단을 보류해야 한다”며 “만일 경영진의 사법리스크 때문에 경영에 문제가 있다면 이사회에서 그런 부분을 판단하거나 주주들이 임시주주총회를 요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CEO가 바뀌는 과정에서 연임이 추진된다면 감독당국이 의견을 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대안적 의견을 내놨다.

모 대학의 경제학 전공 교수도 “현재 임기 중에 있고 최종 판결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임기 내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다만 연임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금융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잠재적인 사법리스크가 있음에도 CEO로 선임됐다는 것은 주주들이 보기에 경영능력이 있다고 본 것”이라며 “경영능력을 우선시할 것인지, 사법리스크가 회사에 더 위험하다고 볼 것인지는 외부에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해당 금융기관 내부에서 경영판단을 해야 될 문제”라고 밝혔다.

예컨대 DGB금융그룹 김태오 회장은 6년간 이끌어온 대구은행이 1000여개의 불법 계좌를 개설한 문제로 사법리스크에 직면했다. 본인의 거취뿐만 아니라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전문가는 “대구은행 불법계좌 개설은 지나친 실적 압박에 더해 내부통제 부실로 발생한 문제”로 진단하고, “내부통제에 대해 해외 모범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금융권 전문가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가능하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발본색원할 방법은 없다”며 “제도를 통해 문제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지 회장(행장)이 물러난다고 대구은행에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라고 전했다.

카카오뱅크는 대주주인 카카오 법인 및 경영진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조사가 진행 중이다. 대주주가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게 되면 대주주 자격을 박탈당해 카카오뱅크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금융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은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분쟁상황에서 기업들이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는 기업의 선택이고, 그로 인한 사법리스크도 본인들이 져야 하는 것”이라며 “다만 검찰은 시세조종 혐의로 봤더라도 사법부 확정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진 판단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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