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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ELS 사태'?…불완전판매 적발시 당국 책임론↑

'금소법 무용론' 대두 가능성…보상 과정에서도 혼란 불가피

입력 2023-11-28 13:18 | 신문게재 2023-11-2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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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면서 벌써부터 ‘사모펀드 사태’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쟁점은 불완전판매 여부인데, 이같은 위법 발견시 금융당국도 책임론에서 비켜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이 판매한 H지수 ELS 가운데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상품의 규모만 8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H지수 ELS는 홍콩H지수와 연계된 금융상품으로, 만기 시점의 기초자산이 최종 상환기준선의 70%를 넘어야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해당 상품이 대규모로 팔렸던 지난 2021년 1만2000선에서 거래됐던 H지수가 현재는 반토막 수준인 6000선에서 오르내리면서 원금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H지수가 내년 상반기까지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경우 전체 규모의 절반에 가까운 최대 4조원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넘어서는 대규모 집단소송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라임펀드의 피해규모는 1조6000억원대였다.

소비자단체 등을 통해 불완전판매를 호소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나면서 금융당국도 금융사들을 상대로 전수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결국 보상 여부를 둘러싼 쟁점은 불완전판매 여부인데, 문제는 이를 판단하는 근거와 보상 기준이 명확치 않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9년 DLF(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 사태를 계기로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를 원천 차단하겠다며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에 나섰다. 홍콩H지수 ELS의 가입 수요가 급증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금소법은 금융투자상품 판매시 △설명 의무 △적합성 △적정성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을 의무 규정으로 명시하고 있다. 당시 지나치게 까다로운 판매 규제로 인해 영업 위축이 우려된다는 금융투자업계의 하소연이 빗발쳤지만, 금감원은 ‘금소법 시행상황반’까지 구성하며 금소법 안착에 역량을 집중했다. 때문에 금융사들은 금소법 시행 이후 녹취 등을 포함해 다양한 내부통제 절차를 마련한 만큼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하지만 ELS 상품 구조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데다, 상대적으로 불완전판매 빈도가 높은 고령층이 주로 가입했다는 점에서 이전 사모펀드 사태와 ‘판박이’라는 시각도 있다. 만약 금감원 조사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속출할 경우 ‘금소법 무용론’마저 제기될 수 있는 셈이다.

보상 과정에서의 혼란도 불가피하다. 금소법은 금융상품 가입 과정에서의 위법 발견시 5년 이내에 ‘위법계약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보상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당시 금융위원회도 관련 분쟁에 대비해 구체적인 보상 지급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관련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서는 금소법 시행 이후 또 다시 불완전판매가 속출할 경우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보상 문제 역시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손해배상 소송이 난무하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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