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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링크플레이션’에 칼 빼든 정부… 법적근거 없이 통할까

정부 '고물가 시대 편승한 가격 눈속임' 잇따라 경고...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 설치
제품 용량 변동 내용, 소비자에 고지하는 제도 법제화 주장도 나와

입력 2023-11-23 17:09 | 신문게재 2023-11-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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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속 라면 고르기<YONHAP NO-2705>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라면을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

  

가격을 그대로 두고 상품의 중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자 정부가 직접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2일 슈링크플레이션 관계부처(기재부·농식품부·산업부·해수부·식약처), 소비자단체, 한국소비자원과 간담회를 갖고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에 착수하고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23일부터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에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설치해 직접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 소비자원 역시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73개 품목(209개 가공식품)에 대한 조사를 진행, 내달 초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공정위는 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사업자와 자율 협약 체결을 추진, 단위 가격·용량 등의 변경 시 사업자가 스스로 정보를 제공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가격은 그대로 두거나 올리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꼼수 인상을 의미한다. 최근 식품업계는 원자재가격, 인건비 인상으로 가격인상 요인이 발새하는 가운데 정부의 압박과 소비자 여론에 따라 가격인상이 여의치 않자, 가격을 올리는 대신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100g이었던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는 올해 초 90g으로 중량이 줄었다. 똑같이 100g이었던 하리보 ‘믹스사워 젤리’는 지난 7월 80g으로 중량을 낮췄다. 둘 다 가격은 100g이었던 때와 똑같다. 오비맥주는 묶음으로 판매하는 ‘카스’ 캔맥주 번들 제품을 개당 375㎖에서 370㎖로 변경했다. 이밖에 해태제과는 ‘고향만두’ 중량을 415g에서 378g으로, 풀무원은 ‘냉동핫도그’ 제품의 1봉지 당 개수를 5개에서 4개로 바꿨다.

식품업계는 이번에도 구체적인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그에 따르겠다는 게 입장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이 나오면 그에 따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기업의 슈링크플레이션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기업이 용량을 줄여 실질적으로 가격을 인상해도 이를 알릴 법적의무가 없으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위반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정부의 압력과 기업의 자발적 움직임에 의존하다 정부의 감시가 느슨해지면 한꺼번에 가격을 올리거나, 편법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기업과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는 게 아닌 기업들이 용량 등 변동 내용을 제품에 표시하는 제도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프랑스·독일 등 여러 나라의 경우 제품 용량 등에 변동이 있으면 이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제품의 용량이나 함량 등에 변화가 있을 때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표시하는 제도를 법제화해야 한다”며 “기업의 꼼수 전략이 만연해지면 시장에 대한 불신과 기업에 대한 경계심이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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