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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갑질러? 7] 혁신없는 은행, 규제 때문인가

입력 2023-11-19 09:34 | 신문게재 2023-11-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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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은행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은행 [사진=각사]

 

고금리가 장기화되고 서민과 취약차주들의 고통은 커지는 반면 은행권은 올해 역대급 이자수익이 전망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정부와 금융당국, 정치권은 은행이 고금리 환경에 이자장사로 ‘앉아서’ 돈을 번다고 지적한다.

은행도 이자장사 외에 다른 먹거리를 고민하고 싶지만 금융당국의 부수업무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고, 당국의 규제완화는 진행이 더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혁신이 없는 은행. 규제에 묶여 있기 때문일까, 노력(또는 필요성)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국내 은행권이 합리적인 수준 내에서 비금융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금융위는 3분기 중으로 별도 세부방안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지연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산분리 하위 항목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사의 비금융 부수업무 영위 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비금융 업무를 하는 이해관계자들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진행하려 한다”며 “지금은 여러가지 시기적으로 조율하고 있는 단계라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완성해서 발표하겠다는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정부와 당국이 상생금융을 강조하는 기조로 바뀌면서 은행권 규제완화 논의가 상대적으로 추진력을 잃었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상생금융 얘기가 나오면서 은행의 신사업 진출에 대한 규제완화 논의가 쑥 들어갔다”며 “이자장사한다고 비판하지만 사실 비은행을 강화할 수 있는 활로를 개척해주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도 “은행이 자유롭게 (경영을) 하기엔 제한이 많고 정부, 금융당국의 규제 범위 내에서 해오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인데 은행에 대한 비판이 억울한 점이 없지는 않다”고 했다.

은행권에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비금융사업으로는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모바일(리브엠)’과 신한은행 배달앱 ‘땡겨요’ 두 건 정도가 꼽힌다. 두 사업 모두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리브모바일’은 지난 4월부로 4년간의 혁신금융서비스 기간이 끝나 부수업무 승인을 놓고 당국과 협의를 진행하는 단계에 있다. ‘땡겨요’는 혁신금융서비스 기간이 내년 12월 21일까지다. 두 사업 모두 현재는 적자 상태다. 해당 은행들은 ‘리브모바일’의 가입자(40만 명 수준)와 ‘땡겨요’의 가입고객(누적 260만 명)을 통한 씬 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부족자) 고객 확보 등을 기대하고 있다.

비금융 부수업무는 보수적인 금융당국의 허가가 필요하고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까지 시간이 걸려 은행이 결국 본업인 이자장사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은행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서 혁신하게 해줘야 하는데 (규제로) 틀어막고 있다”며 “선진국 은행들도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가 철수하는 상황에 이자수익을 얻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냐”고 비판했다.

금융당국도 할 얘기가 없진 않다. 은행업과 관련성이 있으면서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고 비금융업의 이해관계자 의견까지 고려해 부수업무 허가를 해주다 보니 규제완화가 더디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은행이 하겠다는 부수업무가 과연 금융서비스를 혁신할 만한 내용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 그 영역에 들어가서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하는데 은행 입장에선 그런 것도 혁신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가 그런 움직임을 지지해주는 동력이 약할 수 있다”며 “누군가가 시도하지 않은 영역에서 은행이 새로운 혁신을 제시할 수 있다면 사회적 여론과 규제완화에 대한 공감대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권흥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은행이 하는 업무에 규제가 없는 국가는 없다”며 “은행은 본연의 금융기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제안과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고, 규제당국에서도 이러한 노력이 금융기능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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