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생활경제 > 식음료 · 주류

식품업계, 3분기 ‘실적 급등’에도 ‘전전긍긍’

전년 동기대비 영업이익, 농심 103.9%·오뚜기87.6%·삼양식품 124.7%↑
호실적 요인, 정부 가격인하 압박 부메랑될까 우려

입력 2023-11-16 06:00 | 신문게재 2023-11-16 2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고물가 속 라면 고르기<YONHAP NO-2705>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라면을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

 

식품업계가 올 3분기 줄줄이 호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국내 라면업계 3사는 가격 인하에도 해외 사업 호조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우수한 성적표를 손에 들고도 관련업체들은 드러내놓고 기뻐하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가 고강도 물가 잡기에 나선 가운데, 호실적을 내세워 제품 가격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가격을 더 내릴 여력이 있는데도 덜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라면업계에 따르면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등 주요 라면업체의 올 3분기 실적 모두 큰 폭으로 성장했다. 농심은 연결 기준 올 3분기 매출이 85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9% 증가한 557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출시한 먹태깡, 신라면더레드 등 신제품이 인기몰이하면서 매출을 견인했다. 특히 영업이익 가운데 50% 이상을 해외에서 거뒀다.

오뚜기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830억원으로 전년 보다 87.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9087억원으로 10.6% 증가했다. 케챂, 마요네스 등 전통적인 1등 제품 및 오뚜기밥, 컵밥 등 간편식(HMR)의 주요 제품 매출의 호조가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오뚜기는 미국과 베트남을 전략거점으로 낙점하고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삼양식품도 수출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올렸다.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8.5% 증가한 3352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매출이 3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34억원으로 124.7% 급증했다. 3분기 해외사업 매출은 78.3% 증가한 2398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었다.

라면업체 외에도 여러 식품기업들이 해외에서 좋은 실적을 거뒀다. 오리온은 3분기 매출 7663억원, 영업이익 1407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3.4%, 15.6% 성장했다고 밝혔다. 한국·중국·베트남·러시아에서 각각 429억원, 727억원, 219억원, 6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빙그레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654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53.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4342억원으로 11.2% 증가했고 순이익은 529억원으로 162.4% 늘었다. 수익성이 높은 해외 사업도 20% 이상 성장을 이어가며 매출과 수익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대상은 3분기에 매출 1조1236억원, 영업이익 51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 50.3% 늘어났다. 조미료와 장류·신선식품 등의 수익성 확대와 원가 절감, 판촉 효율화로 수익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눈에 띄는 호실적에도 식품업계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식품업체들은 올초부터 원자재 가격·인건비 상승을 앞세워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해왔다. 인상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이기지 못한 라면업체들은 일부 제품 가격을 소폭 인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3분기 호실적으로 이 같은 주장을 하기 어려워졌다. 가격 인하가 그만큼 실적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자, 일각에서는 라면업계는 물론 식품업체들이 자사의 인기 제품과 더 다양한 제품의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라면의 주 원재료인 밀가루(소맥분)와 팜유 수입가격이 전년 동기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면서 라면 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부 역시 최근 물가관리 전담자를 지정하는 등 기업들에게 인상 자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농축산물과 외식 메뉴 등 19개 품목에 우유·빵·라면 등 가공식품 9개 품목을 더해 총 28개의 품목 가격을 매일 확인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식품업체들은 올 3분기 실적 호조는 대부분 해외 매출 증대가 실적 개선에 힘입은 것이라고 입장이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품들로 영업이익을 늘린 것이 아니라, 해외진출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이익을 더 끌어 냈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출고가를 50원 올려도 유통업체에도 마진을 얼마나 붙이냐에 따라 최종 소비자가 결정되는데, 영업이익을 늘어났다고 국내 제품가를 더 낮추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정부가 제조사를 감시할게 아니라, 유통업체를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