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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속 장애인⑩] 옐로캡, 닐링버스, 플라스틱 빨대 등 장애인 차별없는 뉴욕

일반·장애인 승객 차별 없는 미국 옐로캡 등 교통편…한국에선 낯선 풍경
플라스틱 빨대 사용에 정책적 유연함…장애인 배려’
닐링버스 친환경 전환, 장애인에 축복일까

입력 2023-11-12 15:19 | 신문게재 2023-11-1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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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설이의 그림일기)

 

미국의 대표적 도시 뉴욕시(NYC). 명실상부 세계 경제의 중심지이며 문화, 예술 등 다방면에서 화려한 빛을 내뿜고 있는 마천루의 도시다. 인권 분야에서도 뉴욕은 미국 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등을 바탕으로, ‘장애인’의 인권을 지향하는 보루(堡壘)로 우뚝 서 있다. 급속해지는 기후위기 속 친환경 장애 차별주의(에코-에이블리즘)의 먹구름은 한국 등 일부 국가에 드리운다. 뉴욕이라면 어떤 해법을 마련할까. 현장으로 들어가 본다.


장애인 인권의 보루 뉴욕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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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의 한 거리(사진=곽진성)

 

지난달 21일 새벽, ‘기후위기 속 장애인’ 뉴욕 취재 출국을 앞둔 당일 새벽. 뉴욕의 청년환경운동가인 ‘가리마 라헤자(Garima Raheja)’로부터 한통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앞서 취재의 방향성을 좋게 봐 준 환경부 김지수 기후적응과장이 기후변화청년단체에 소속된 김선률 씨를 소개해 줬고, 이것이 계기가 돼 뉴욕에서 활동 중인 가리마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에코-에이블리즘’ 등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친절히 응답을 해줬다.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 등 환경정책 논의에서 장애인을 배제하는 현상을 일컫는 에코-에이블리즘, 한국에서는 플라스틱 빨대 계도정책과 관련해 에코-에이블리즘이 빚어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때문에 장애인 인권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 뉴욕의 상황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졌다. 궁금증을 안은 채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날 오전 10시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10여 시간의 비행 끝에 존.F.케네디공항에 도착했다. 21일 오전 깐깐한 입국수속을 마치고 나온 출구로 나오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색상의 버스, 셔틀, 택시였다.

특히 옐로캡으로 불리는 노란색 택시가 흥미를 자아냈다. 승객을 태우는 데에 차별이 없었다. 일반 승객은 물론 장애인 등의 취약계층, 심지어 그들의 휠체어까지 차량에 실었다. 한국의 장애인들이 소수의 장애인콜택시와 저상버스를 의존해 이동할 수 있는 현실과 비교하면 뉴욕의 옐로캡의 모습은 비현실적인 교통 모델 같았다. 그 정경 너머 미국의 수많은 닐링버스(Kneeling Bus. 저상버스)도 쉴 새 없이 공항과 주요 도시를 오가고 있었다.

차별 없는 사회, 장애인들이 마음 편히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근저에는 택시·저상버스 등을 통해 ‘이동권을 보장’하는 미국 장애인법의 역할이 주요했다는 평가다. 지난 1990년 미국에서 재활법을 확장시키며 제정된 법은 장애인들이 고용에서 차별을 받지 않고 모든 공공서비스, 편의시설, 통신 및 교통시설 이용의 접근성 보장 등의 장애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를 담아냈다.


◇“에코-에이블리즘? 들어본 적 없어요”…뉴욕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예외 조치의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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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한 카페.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빨대가 눈에 띈다(사진=곽진성)

 

미국 장애인법의 기치아래 차별 없는 사회 구현에 매진해 온 뉴욕 사회는 최근 또 다른 도전에 당면해 있다. 기후위기로 말미암은 강력한 기후, 환경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그것이다. 이 같은 기류 속 사용 금지되는 물품들이 생겨나고 있다. 비닐 일회용품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5일 저녁 들른 뉴욕 181번가역 부근의 델리(Deli)에서는 직원이 두 겹의 종이봉투 속에 구입한 과일과 식품을 넣어줬다. 그는 현재 뉴욕은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고 종이봉투 유상 판매하고 있다는 설명을 해 줬다. 그 설명 말마따나 뉴욕 상점에서 비닐봉투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반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에 있어서만큼은 정책적 유연함이 엿보였다.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물품이지만, 미국, 뉴욕에서의 사용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22일-26일 찾은 미국의 로컬 카페 수 곳은 대부분은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 플라스틱을 요구하면 받을 수 있었다.

카페를 이용한 A 씨(26·여, 콜롬비아대학원) 씨는 “환경을 생각하는 ‘힙하고 친근한’ 카페의 이미지이고 싶은 경우라면 종이빨대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며 “다만 이런 곳들도 플라스틱 빨대를 달라고 하면 대부분 다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치에는 숨은 배경이 있었다. 그 중심은 빨대가 필수적인 장애인 등 건강취약계층에 대한 고려였다. 과거 뉴욕주를 비롯해 뉴저지주 등 미국의 주요 지역은 강력한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 정책을 준비한 바 있다, 그러나 신체에 장애가 있을 경우 음료를 마시기 위해 플라스틱 빨대를 필요로 할 수 있다는 문제가 부각돼 관련 정책의 추진을 멈췄다.

매장에 적절한 물량의 빨대를 비치한 후 고객이 요청하면 장애에 대한 증명을 요구하지 않고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치 한 것이다. 이는 한국 환경부가 지난해 ‘장애인에게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를 예외로 해달라’는 민원을 받아들이지 않고 매장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를 그대로 시행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곳곳에서 넘쳐나는 일회용 플라스틱, 플라스틱 왕국이란 힐난 속에서도 뉴욕은 이러한 정책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에코-에이블리즘이란 용어는 내가 살고 있는 커뮤니티에서는 들어보지 못했다”는 청년운동가 가리마의 답변은 그저 ‘잘 알지 못한다’는 것과는 또 다른 함의로 다가왔다. 즉 장애인정책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국가들에서 논라인 되는 에코-에이블리즘 자체가 없는 것이다.


미국, 뉴욕 환경정책의 내일…에코-에이블리즘 우려 넘기 위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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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클린 에너지 닐링버스(사진=곽진성)

 

미국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목표를 지난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 대비 50~52% 감축한다는 강력한 목표를 내걸고 있다. 이 과정에서 향후 장애인에 대한 정책 배제와 소외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다. 특히 수송분야에서 닐링 버스의 친환경차로의 업그레이드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당부도 나온다.

환경부 기후변화 국제협력팀의 ‘미국 기후위기 관련 정책’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2035년까지 공공부문 차량의 100%를 무공해차량(ZEV)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24일 맨해튼에서 마주한 닐링버스는 클린에너지 버스(clean-energy bus)라는 문구와 장애인 마크가 선명했다. 매연이나 미세 먼지가 적게 발생한다는 버스는 소음도 확실히 적었다.

오염원이 적게 배출된다는 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소음의 작아진다는 것이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을 지닌 사람에게는 과연 행복으로 다가올지는 의문으로 남았다.

올해 미국 상원에서는 제프 의원이 ‘2023년 플라스틱 오염 방지법’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이 법안은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국가적 리더십을 제공하고, 대기업이 오염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요구하는 골자의 내용이 담겼다. 이와 더불어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적극적인 배출원 감소 목표 수립에 대한 내용도 들어있다. 다만 플라스틱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지만 적극적 배출원 감소 과정서 혹여 장애인의 취약성을 건들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메탄, 이산화탄소와 같은 문제들도 장애인의 건강과 직결될 수 있다는 염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환경기후 정책들이 에코-에이블리즘 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정책 수립과정서 장애인계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환경방어기금(EDF)의 미나 버코는 “기후변화에 문제 대응은 무조건 팀 스포츠라 생각한다. 같이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미국)=곽진성 기자 pen@viva100.com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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