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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도 어렵다'…현대차, 자율주행 '레벨3' 상용화 무기한 연기

입력 2023-11-10 05:30 | 신문게재 2023-11-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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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90.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사활을 걸었던 자율주행 ‘레벨3’ 상용화 계획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주행하는 G90과 EV9은 보기 어렵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아무리 늦어도 올 연말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G90과 EV9 출시를 목표했지만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잠정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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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EV9. (사진=현대차그룹)

 

국산차 중에선 레벨3가 첫 적용 예정이었던 G90은 현대차그룹의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기함이라는 점, EV9은 기아의 첫 대형 전기 SUV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큰 모델로 꼽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국내에서 고속도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언급해 레벨3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그룹 관계자는 “워낙 도로에서 예상 못 한 변수가 많아 이러한 상황들을 대처할 수 있게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면서 “실질적인 레벨3 적용 시점은 최대한 이런 상품성을 갖춘 후에나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은 전혀 지원되지 않은 0단계부터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5단계까지 통상 6단계로 구분한다. 레벨3는 자동차가 주행 중 다양한 돌발 상황을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자동차가 운전자 개입 없이 도로를 주행하며 앞 차와 차 간 거리를 유지하거나 차선 변경이 가능한 레벨2를 전 모델에 적용하고 있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해 볼보, 혼다 등 일부 글로벌 완성차업체만 레벨3 상용화에 성공한 상황이어서 현대차그룹에 대한 기대감도 컸던 게 사실이다. 현대오토에버 등 그룹 내 자율주행기술을 지원했던 계열사도 레벨3 상용화 시기를 예상할 수 없어 힘이 빠진 상황이다.

레벨3 상용화가 늦어지는 이유로는 내부적으로 최고속도를 시속 80㎞에서 100㎞ 상향 조정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시속 80㎞에서는 도로 주행을 위한 정부 허가나 각종 인증이 완료됐지만 속도를 높이면서 충분한 테스트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벤츠도 레벨3 상용화에 성공하긴 했으나 최고급 세단 S클래스에 탑재된 자율주행기술인 ‘드라이브 파일럿’은 시속 60km 범위에서만 작동한다. 혼다도 시속 50km를 넘어서면 레벨3가 구현되지 않는다. 최근 기아는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여러 제반 요건들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며 이 같은 고충을 토로했다.

자율주행기술을 총괄하는 그룹 내 자율주행사업부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근엔 자율주행 기술 개발 전반에 대한 사내 감사까지 진행됐다. 업계 안팎에선 현대차그룹이 올 연말 인사에서 이 부서를 대상으로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매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등 그룹의 연구·개발비가 집중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세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단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시속 60km에서 80km, 이번엔 100km 등 레벨3 가능 속도를 높이면서 실질적인 적용이 늦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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