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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책, '그때 그때, 왜 왔다 갔다?', 윤 대통령이 출발?

정치권 압력에 반복되는 '은행 때리기'…정책 신뢰도 훼손 우려

입력 2023-11-07 13:37 | 신문게재 2023-11-0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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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YONHAP NO-2315>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금융(은행) 때리기’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의 압력에 휘둘리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금융정책의 신뢰도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정부 및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서민의 주름살이 날로 깊어지고 한숨 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장이 지적했듯 시중은행은 별다른 혁신 없이 매년 역대 최대 이익을 거둔다”고 지적했다.

전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권의 3분기 영업이익을 거론하며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를 다 합친 것보다 더 크다”며 “은행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도체나 자동차만큼 다양한 혁신을 통해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었는지 은행업계도 현실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해당 발언과 관련해 이 금감원장은 ‘은행에 갖는 국민들의 문제 제기’라고 언급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언급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와 보조를 맞춘 것 아니냐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윤 대통령은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을 소개하며 ‘은행의 종노릇’ 발언과 함께 ‘은행 독과점’ 문제를 다시 꺼내며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은행 때리기’에 한 수 보탰다. 김 위원장은 “금융회사 이익 원천이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혁신 노력의 결과라기 보다는 단순히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수입 증가라는 점에서 국민들 시선이 따갑다”면서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국민 입장에서는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답변하는 금융위원장<YONHAP NO-2389>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의 ‘은행 때리기’ 이후 금융당국 수장들이 보조를 맞추는 일이 재연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금융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불안과 의구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은행 대출금리 문제다. 겉으로는 과도한 이자수익을 거세게 비판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증가 전환한 가계대출 문제를 언급하며 대출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가계대출 증가세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공매도 전면 금지’도 정책 신뢰도 훼손 사례로 지목된다. 그동안 금융위원회는 ‘공매도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공매도 금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공매도 한시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고, 결국 지난 주말 ‘공매도 전면 금지’가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당정에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반복되면서 은행 독과점 해결부터 가계부채 문제, 횡재세 도입 여부, MSCI 선진지수 편입, 불법 공매도 대책 마련 등 난제가 갈수록 쌓여가는 모습이다. 올 초 윤 대통령의 ‘은행 독과점’ 발언 이후 금융당국 차원의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흐지부지 됐으며, ‘횡재세’는 가뜩이나 연체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은행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돼 온 MSCI 지수 편입 역시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로 인해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한해 수 천억 원에 달하는 분담금을 고려해 금융감독도 서비스(Financial Supervisory Service)라며 친시장 행보를 보였던 금융당국이 이제는 은행을 ‘공공의 적’ 만들기에 혈안이 된 것 같다”며 “금융시장의 불공정이 보인다면 제도와 규제 정비를 통해 시스템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금융당국 본연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감원이 ‘감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은행 등 금융사로부터 거둬들인 분담금은 2021년 2654억원, 2022년 2872억원, 2023년 2980억원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감독 분담금은 인건비 등 금감원 전체 예산의 80%에 달한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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