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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수요 둔화 직격탄’…K-배터리, LFP 대응 늦었나

입력 2023-10-31 06:58 | 신문게재 2023-10-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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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전동화 전환의 바람을 타고 ‘질풍노도’ 성장세를 구가하던 국내 배터리 산업에 급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실제로 전기차 보급 둔화 현상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면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목표 판매대수를 하향하고 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요 감소를 예고하는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완성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과 포드가 올해 전기차 생산계획을 원점으로 돌리거나 연기했다. GM은 미국 미시간주의 전기차 공장 생산 시점을 1년 늦추고 전기차 40만대 생산 계획을 폐기했다. 포드도 연간 60만대의 전기차 생산 목표를 올해 말에서 내년 말로 미뤘다. 이외 전기차 기업들 역시 비슷한 기류가 감지되는 등 전반적인 생산계획에 후진기어가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판매목표 수정에는 수익성 악화가 결정적이다. 전 세계 소비자들은 경기침체, 고금리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내연기관보다 비싼 가격의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가 어느 정도 보급된 영향도 포함돼 있다. 당장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가격인하와 인센티브 확대 등 가격 경쟁의 서막을 열고 있다. 이는 완성차업체의 수익성 악화와 생산 및 투자계획 지연이란 후폭풍을 불러온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최대 관심이자 과제는 생산 및 판매가격 인하다. 시장에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뜨고 있는 이유다.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비해 약 30~40% 가량 저렴한 단가가 인기 비결이다. 게다가 LFP 배터리의 최대 단점으로 꼽혔던 낮은 성능과 무거운 중량도 기술 개발로 속속 커버되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저가형 전기차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LFP 배터리에 집중해온 중국의 배터리업체들의 표정이 밝다”면서 “특히 중국 배터리 내수시장이 공급 과잉에 따른 재고 압박을 유럽이나 미국시장 진출을 통해 해소하려는 기류가 완연해 언제든지 LFP 배터리를 세계 시장에 쏟아 부을 여건을 충족시켜 가고 있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배터리업체와 미국의 완성차업체 간 협력의 문도 열려있다. 물론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없지만, 훨씬 저렴한 판매가격은 엄청난 무기일 수 밖에 없다. 리서치 기관인 블룸버그NEF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가 오는 2030년까지 초과수요를 유지하고, 미국 전기차 수요의 40%를 달성할 것으로 봤다.

실제로 미국 완성차업체 GM이 자사의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IRA의 틈새를 뚫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GM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보급형 전기차 ‘볼트EV’ 모델에 LFP 배터리 탑재를 공개, 원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LFP 배터리는 중국의 배터리 업체인 CATL과 BYD 등이 주로 생산하고 있다.

이 같은 전기차 시장의 급변은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고객사로 둔 국내 배터리업체들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각국 주요 완성차 업체에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공급에 편중, 성장해 왔다. 그 결과, 국내 배터리 3사가 최근 진화하고 있는 저가형 전기차 수요 급증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아예 LFP 배터리 대응이 상대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평가까지 올 정도다.

물론, 한 발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오는 2026년 전기차용 LFP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소재개발, 라인 구축 등을 준비 중이다. SK온은 지난 3월 국내 3사 중 처음으로 전기용 LFP 배터리를 공개한 바 있다.

또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LFP 배터리 시장 대응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LFP 배터리 개발이 중국업체 대비 시작은 다소 늦었지만, 기존 배터리 설계 최적화와 공정 혁신 등을 적용해 LFP 배터리 시장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태준 기자 tj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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